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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사모펀드 전문 대응팀 운영…싱가포르 진출해 네트워크 구축

입력 | 2020-12-23 03:00:00

법무법인 바른



9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에서 만난 ‘부실 사모펀드 대응팀’의 최진숙(앞줄 가운데), 정경호(앞줄 왼쪽), 최재웅 변호사(앞줄 오른쪽)는 “사모펀드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그늘에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바른이 송무뿐만 아니라 자문에도 확고한 역량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10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의 사무실에서 만난 최진숙 변호사(53·사법연수원 28기)와 정경호 변호사(46·32기), 최재웅 변호사(41·38기)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이처럼 말했다. 이들은 바른이 2019년 여름 무렵 만든 ‘부실 사모펀드 대응팀’ 소속의 변호사들이다. 최진숙 변호사를 팀장으로 정경호 변호사와 최재웅 변호사 등 총 15명의 금융거래 전문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다.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200조4307억 원에서 올해 10월 기준 428조6693억 원으로 5년 새 2배 이상으로 커졌다. 그런데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등 부실 사모펀드 사건들이 잇달아 터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이에 촘촘히 얽힌 자산운용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 변호사는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는 것처럼 사모펀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그늘 역시 커지는 것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부실 사모펀드 대응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축적된 경험과 국내외 네트워크가 최대 강점
우선 바른이 부실 사모펀드 대응팀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축적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른의 부실 사모펀드 대응팀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벌어진 금융위기 당시 금융회사들에 대한 자문으로 경험을 쌓은 파트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금융위기에서 사모펀드의 부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사모펀드의 기초자산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 등 바른은 노하우를 미리 축적한 것이다.

여기에 바른의 해외 네트워크도 부실 사모펀드 대응팀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 부실화된 사모펀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자산에도 투자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럴 경우 해외 자산에 대한 실사가 필요한데, 바른은 신뢰 관계를 쌓은 현지의 로펌과 컨설턴트 등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었다.

중국 현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과 아세안에 관련된 자문 경험이 많은 최재웅 변호사는 “바른은 다른 법무법인이 하는 해외 사건에 구원투수로 등판할 정도로 네트워크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은 올 9월 싱가포르에 대표사무소를 세우며 직접적인 해외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2016년 싱가포르 현지 법무법인에 변호사를 파견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대표사무소를 낸 것이다. 싱가포르 현지에 대표사무소를 세운 것은 국내 법무법인 중 처음이다. 최 변호사는 “해외 사무소를 무차별적으로 낼 경우 그동안 우군이었던 현지 법무법인이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면서 “싱가포르는 아세안 시장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곳이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바른의 보고서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바른의 장점은 파생상품의 하나인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 관련 실사에서 잘 드러났다. TRS는 흔히 사용됐던 방식이지만 그동안 금융업계에선 제대로 된 법적 검토가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TRS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컸던 것이다. 바른의 대응팀이 국내의 한 금융사에 TRS에 관한 실사보고서를 제공했더니 “바른의 이 보고서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이례적인 칭찬이 돌아왔다. 정경호 변호사는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바른의 유연한 조직 문화도 강점 중의 하나다. 바른은 2017년 이후 법조계에서 자문 분야에 정평이 난 파트너 변호사들을 상당수 영입했고, 최진숙 변호사도 2018년 2월 바른에 합류했다. 현재는 시장에서 송무 분야가 더 강하다는 바른에 대한 평가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최 변호사는 “새로운 사람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자로 인식한다”면서 “이러한 바른의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의 유연성이 ‘부실 사모펀드 대응팀’의 업무 수행에서 큰 장점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