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이 살포되고 있는 모습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6.23/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시행을 재고하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역풍’을 맞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22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관보에 게재돼 공포되면 내년 3월 말부터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 법안이 시행된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 이어 국무부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배치되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국내 북한인권단체들도 헌법소원을 예고해 법안을 둘러싼 국내외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통일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의결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정 총리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법률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만큼 관련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개정 목적에 부합하게 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법안 내용이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국민과 소통을 강화해 법안 내용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해석지침을 통해 당초 입법 취지대로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하겠다”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위원들이 모두 법안을 결재한 뒤 대통령이 전자 결재하는 것이라 재가까지 하루 이틀 걸릴 것”이라며 “다른 법안들도 보통 그렇게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에 이송된 뒤 15일 이내에 공포하도록 돼 있어 14일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이 29일 관보를 통해 공포될 예정이고 그로부터 3개월 뒤에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유엔과 미국 영국 일본 등 국제사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전방위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군사분계선의 풍선 날리기는 사실상 북한 정권 타도를 목표로 한 군사적 심리전”이라며 “법률적으로 전시 상황인 한반도에서 심리전 수행을 방치하며 북한에 핵무기 개발 포기를 설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헌법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된다”고도 했다.
그동안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고 해온 미 국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으로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증대시키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이 미국의 대북 정보 유입 노력을 저하시키는 데 대한 우려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보호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과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