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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전세시장 상승폭 축소”…사실은 강남4구 제외한 전셋값↑

입력 | 2020-12-22 18:33:00


서울 전셋값이 77주 연속 상승하는 등 전세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달 들어 전셋값 상승폭이 일부 축소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제외한 전국의 전셋값 상승폭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원하는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전세시장은 가구 세대수 증가 등 기존 불안요인이 지속됐지만 이사수요 완화 등으로 12월 들어 상승폭이 일부 축소됐다”고 했다. 그는 전세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가 전세시장의 상승폭이 줄었다며 인용한 수치는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와 동일한 0.29%였다. 가장 최근 수치인 둘째 주 전세가격은 오히려 전주보다 0.01%포인트 오른 0.30%였다.

12월 둘째 주 수도권과 서울의 전셋값 상승폭은 전주와 동일했고 전세 대란이 지방으로 확산하며 5대 광역시와 세종시 등은 오히려 상승했다. 전셋값 변동 추이를 집계하는 176개 시군구 중 상승 지역 역시 161개에서 162개로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서울 일부 지역의 전셋값이 소폭 떨어진 것을 근거로 전세시장 상승폭이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강남 4구의 전셋값이 12월 들어 매주0.0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 부총리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애매한 표현으로 혼란을 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 부총리는 2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주택 매매시장에 대해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건지 다시 과열되고 있다는 건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이날 홍 부총리는 내년에 주택 46만 채를 공급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