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아주 모범국가로 불릴 정도로 잘 대응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선진국을 능가하는 환자 억제 성과를 낸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일 확진자가 1000명대를 오르내리고 병상을 못 구해 대기 중 사망하는 중증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확실한 근거와 계획 없이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또 “요즘 백신 때문에 걱정들이 많은데 그동안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에서 많은 지원과 행정지원을 해서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백신 늑장구매를 정당화하기 위한 옹색한 논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선 사실에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백신을 만든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국가가 임상시험 초기부터 도입을 서둘러 일찌감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이미 시작했고 싱가포르는 연내 접종을 준비 중이다.
여당도 백신과 관련한 현실을 호도하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당은 어제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백신 도입 상황을 증언할 글로벌 제약사 대표들의 참고인 출석을 막았다. 이런 태도는 백신 확보에 대한 불신과 의혹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