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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장에서]軍 가혹행위 적극 수사해야

입력 | 2020-12-23 03:00:00


한 육군 부대에서 열린 가혹행위 근절 인권교육 현장. 동아일보DB

지민구 사회부 기자

“복무하던 군인이 숨졌는데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아요.”

A 일병(21)의 유족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육군 군수사령부 예하부대 소속이던 A 일병은 휴가 마지막 날 복귀 대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 검찰은 A 일병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던 선임병 3명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최근 불기소 처분했다. 유족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수사 결과 통지서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 7일 부대에 복귀한다며 부산역에서 기차를 탔던 A 일병은 다음 날 대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내용의 일기장이 발견됐다.

수사에 착수한 군사경찰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선임병 3명이 6월 1일 오후 6시 반부터 다음 날 0시 50분까지 A 일병을 교육한 것이 문제였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반면 군 검찰은 “욕설이나 폭행은 없었으며, 후임병 교육의 정당한 한도를 초과했다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수사 결과를 수긍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이전에도 A 일병은 다른 동료 병사들의 질책과 뒷말 등으로 힘들어한 정황이 일기장과 참고인 진술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 의원에 따르면 A 일병의 일기장에선 4월부터 ‘평생 먹을 욕을 여기서 다 먹었다’ ‘다른 소대원들이 명치를 때리고 갔다’ 등의 내용이 나왔다. 한 동료 병사는 군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폐급(쓰레기급) 병사’란 뒷말이 돌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다른 병사도 “A 일병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형성돼 있었다”고 했다.

유족은 “군 검찰이 가혹행위 정황들에 대한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한 병사의 개인적인 사유로만 사건을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군의 소극적인 수사는 자주 지적되는 사항이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181건의 가혹행위 사건이 공식 접수됐으나 107건(59.1%)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강 의원은 “A 일병 사건을 포함해 군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군 검찰도 수사 결과 통지서에 “A 일병은 올 4월부터 선임병들의 지적과 질책이 이어져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감과 압박감이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수사를 끝냈다.

A 일병은 올 초 진행한 복무적합도 검사, 상담관 면담, 자살예방 교육 등에서 계속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였다. 경고 등이 깜빡였지만 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A 일병의 죽음을 돌이킬 순 없지만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라도 명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군의 책무가 아닐까.


지민구 사회부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