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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모임 금지? 손님 아예 없는데”…영업시간 밤 10시까지라도 ‘읍소’

입력 | 2020-12-23 11:54:00

사진은 6일 밤 셧다운제 영업으로 발길이 뚝 끊긴 서울 명동거리. 2020.12.6/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앞둔 2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번화가 일대에서는 연말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이미 실종된 듯하다.

회사가 밀집한 동네인만큼 근무를 마친 직장인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지만 식당마다 빈 테이블이 더 많다. 평소 연말이라면 회식을 하거나 ‘2차’까지 가려는 직장인들로 북적였겠지만 거리도 한산했다. 기대를 접은 듯 일찍 문을 닫은 식당도 눈에 띄었다.

식당이나 술집 자영업자들은 연말특수는 당초 기대하지 않았다며 포기한 상태였다.

골뱅이나 계란말이를 주로 판매하는 술집사장 50대 손모씨는 “오늘 저녁에 세 팀 밖에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전에는 손님을 못 받을 정도로 자리가 꽉 찼다”며 연말이지만 주문 물량도 오히려 줄였다고 부연했다. 그의 술집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5명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게 되는 24일에 대해서는 “미치겠다”고 표현했다. 손씨는 그러면서 “밤 10시나 11시까지라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남겼다. ‘2차’ 술자리 손님을 주로 받는 업종인 만큼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타격이 너무 크다는 의미였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72)도 “이미 죽을 지경”이라며 “연말 대목은 생각 자체도 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을 열고는 있는데 평일에는 하루 4팀, 주말에는 2~3팀 받아 임대료는커녕 난방비도 감당이 안된다”며 “일하던 직원들도 다 쉬게 했고 회사원인 아들이 저녁마다 일을 돕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도 “한 시간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도움이 많이 된다”며 “영업시간을 10시까지라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정부가 건물주에 임대료 감면만 얘기할 게 아니라 세금이라도 조금 감면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남겼다.

‘5인 이상 모임 금지’에 대해서는 “정부는 테이블을 나눠 앉게 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하는데 아예 받으면 안되는 거냐”고 물었다. 이어 “구청에도 물어봤더니 지시 받은 바가 없어 답할 수 없다고 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모씨(56)도 “연말 대목은 아예 준비도 안했다. 이 난리 났는데 다 취소했다”며 “나라가 망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정씨의 치킨집에는 원형 테이블이 7개 정도 있었지만 손님은 2팀뿐이었다.

정씨는 ‘5인 이상 금지’에 대해서는 “테이블에 나눠서 네 명씩 앉는 것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정부의 취지가 전달되니까 손님들도 더 오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반면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앞두고 손님이 몰린 곳도 있었다. 이날 영업을 마친 해산물집 사장 50대 한모씨는 “어제까지는 한가했는데 오늘따라 손님이 몰렸던 것 같다. 어제는 딱 두 팀 받았는데 오늘은 10팀 이상 왔다”며 “앞으로 모이지 못하는 만큼 손님들이 ‘오늘 빨리 만나서 술 한잔하자’고 온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