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를 더 설치할 수 있는 데도 이를 숨긴 채 오염수 해양방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지 내 공터에 탱크를 증설할 경우 최소 2년은 더 활용할 수 있는 데도 일본 정부와 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이 이를 숨겨왔다는 것이다.
일본 도호쿠지방 일간지 가호쿠신보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2011년 원전사고 발생 이후 진행해온 오염수 저장탱크(총 137만톤) 설치작업이 이달 11일 모두 “완료”됐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일단 원전부지 내 약 23만㎡ 공간에 설치한 물탱크에 오염수를 보관 중인 상황.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후속 처분문제를 “계속 미룰 수만은 없다”며 재정화·희석 처리를 거쳐 바다에 버리는 방안을 마련해 그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이달 중 (원전 오염수 처분에 관한) 정부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을 추진하게 된 건 “향후 원전 폐로작업에 필요한 시설부지 등을 감안할 때 137만톤 규모 이상의 저장탱크 설치는 불가능하다”는 도쿄전력 측 계산에 기초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는 2022년 8월이면 이 원전부지 내 오염수 탱크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호쿠신보는 이달 18일자에서 도쿄전력 내부 자료를 인용, “원전부지 내에 구형 탱크 42개를 철거한 빈 공간이 있음에도 활용계획이 없는 상태”라면서 “이곳에 탱크를 새로 설치할 경우 5만6700톤을 더 보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하루 평균 150톤의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된다고 가정할 때 이들 빈 공간을 활용한다면 실제 물탱크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시점은 2022년이 아닌 2024년 가을이 된다는 게 기노의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방출에 앞서 재정화 시설 설치에만 최소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호쿠신보 보도와 기노의 분석 등을 종합해보면 원전부지 내 탱크 증설만으로 2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이를 통해 ‘보다 안전한’ 오염수 처분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현재 원전부지 내에 보관 중인 방사성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세슘·스트론튬 등 일부 방사성물질을 걸러냈다’는 뜻에서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 물에도 트리튬(삼중수소)·탄소14 등이 남아 있는 데다, 특히 트리튬은 물에 섞이면 정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양방출시 피폭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