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2020.12.22/뉴스1 © News1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음주 폭행 사건과 관련해 ‘운행 중’에 대한 해석을 놓고 여전히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해석에 따라 혐의가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단순폭행 또는 특정법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원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판단을 내려왔다. 즉 폭행 발생 당시 전후 상황을 고려해 법원의 재량에 맡겨온 것이다.
2018년 9월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부근에서 택시를 탄 A씨는 차량이 정차한 뒤 택시가 목적지까지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택시기사의 얼굴을 1회 때리고 귀를 잡아당겼다. 검찰은 특가법상 운전자폭행 등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지난해 2월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어 일시 정차한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해 특가법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B씨. 그는 “일시 정차한 경우는 실제 주행 중인 경우와 다르다”며 특가법 적용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정차 중인 경우와) 주행 중인 경우가 공공의 안전에 초래하는 위험성이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차관처럼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2017년 8월 C씨는 택시요금을 내지 않고 내렸다가 뒤따라온 택시기사와 함께 조수석에 다시 타 실랑이를 벌이던 중 폭행을 저질렀다. 당시 서울동부지법은 “폭행은 피해자의 택시 운행이 종료된 상태에서 발생했다”며 “자동차를 운행 중인 피해자를 폭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차관 사건은 현장 경찰관이 특가법 적용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또 택시기사가 1차 진술에서 운행 중 목 부위를 잡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번복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택시기사는 최초 파출소에서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때 내릴 곳을 물으니 목 부위를 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는 3일 뒤 진행된 피해자 조사에서 “멱살을 잡은 것은 차량이 멈춘 뒤였다”고 진술을 번복한 뒤 이 차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출신 변호사 D씨는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피해자 진술이 번복되면 이유를 물으면서 수사를 계속 이어가는데, 사건 초기에 최초 진술을 번복하면 양측이 합의했다고 본다”며 “수사현실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해자가 일반인이 아니라 당시 법무부 고위간부를 지낸 변호사였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합의했다고 해도 조금 더 사건을 들여다봤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D씨는 “(가해자가) 법무부 고위직 출신 변호사였던 만큼 피해자가 합의했다고 해도 조금 더 들여다봤어야 한다”며 “기존 관행도 옳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형사법 전문변호사 E씨는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도 전달했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 아니겠냐는 입장을 전했다.
두 변호사는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지 않았다면 특가법이 적용됐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진술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 택시기사는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보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진술이 바뀐 데 외압이 작용했는지 등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은 남아있다.
한편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고발한 이 차관 사건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에 배당됐다.
최근 법세련이 이 차관 사건 관련 경찰을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한 사건은 아직 일선청에 배당되지 않았다. 앞서 법세련은 지난20일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