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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1명도 귀한데 5명 어떻게 내치나” 식당들 푸념

입력 | 2020-12-23 15:53:00

23일 오후 서울 중구 거리에서 한 라이더가 음식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방역당국이 연말연시 ‘5인 이상 모임 제한’ 등 대책을 꺼내 들었다. 수도권에서는 23일부터, 비수도권에서는 24일부터 적용된다. 2020.12.23/뉴스1 © News1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의 한 짬뽕집. 같은 회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직장인 6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가게 주인 눈치를 보다가 30㎝ 간격으로 나란히 배치된 두 테이블에 3명씩 나눠 앉았다.

짬뽕집 사장 정모씨는 “같이 왔어도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는 것까지 뭐라고 하긴 어렵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비슷한 시간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곱창집에서는 배치된 테이블을 4인 좌석에 맞춰 분리하고 있었다. 곱창집 직원 이모씨(54)는 “어차피 요즘엔 5명 이상 손님이 안 온다”며 “5명 이상 오면 따로 앉게 하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0시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내 식당 등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다.

그러나 서울의 주요 회사 밀집지역 식당들을 둘러본 결과, 현장에서는 앞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적용 이후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고 자영업자·직장인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4인씩 테이블 떨어뜨려 놨지만…“어차피 5명 이상 안 와”

자영업자들은 4인만 앉을 수 있게 테이블을 떨어뜨려 놓고 방역지침에 따라 대비는 했지만 어차피 5인 이상 손님이 없다고 푸념했다.

마포구의 한 낙지전문점 매니저 김모씨(29)는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 최근 한 달 사이 5인 이상 손님이 없었다”며 5인 이상 모임금지가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번 모임금지 이후 취소된 예약도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 이미 예약이 다 취소된 탓이다. 김씨는 “어차피 안 오겠지만 5인 이상 손님이 오면 따로 앉히라고 사장님이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근처 카레전문점에는 식당 한편에 4인 이상 테이블에서 빼놓은 의자들이 쌓여 있었다. 식당직원 김모씨(24)는 “코로나19 이전에는 8명씩도 왔지만 거리두기 2.5단계 이후에는 많이 와도 4명까지밖에 안 온다”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거리로 나온 직장인들도 5명 이상 모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포구 인근 빌딩 입구에서는 직장인 5명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2명, 3명으로 찢어져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직장인 유모씨(40)는 “원래 5명이 같이 먹었는데 오늘부터 나눠서 먹기로 했다”며 “큰 불편함은 없어서 앞으로도 이렇게 나눠서 먹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는 “(오늘 점심에) 6명이 같은 식당에 가서 의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이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회식을 못 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점은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식사를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식당을 찾는 발길이 줄었지만 배달을 이용하는 직장인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마포구 공덕역 인근 사거리에는 신호가 한 번 바뀌는 동안 배달오토바이 10여대가 지나갔다. 인근 빌딩에도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를 탄 배달원들이 손에 도시락이나 샐러드를 들고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손님 귀한데 5명 왔다고 못내쳐… 따로 앉혀야”

당분간 혼란은 예상된다. 대부분의 식당 주인들은 5인 이상 손님이 오면 거부하지는 않고 따로 앉히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5인 이상으로 예약하거나 5인 이상이 동반 입장하는 것은 모두 금지대상이다.

종로구의 한 곱창집 종업원 권모씨는 “사장님은 5인 이상이면 손님을 받지 말라는데 요즘 손님이 워낙 없어서 그럴 수가 있느냐”며 “5명이 오면 3명을 앉히고 한 테이블 건너서 나머지 2명을 앉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인근 닭요리전문점 직원 류모씨도 “어차피 손님이 없어서 그럴 일이 없겠지만 같이 오더라도 다른 테이블에 앉는 것까지 뭐라 할 순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옆 정육식당 사장도 “손님이 귀한데 5명 이상 왔다고 내칠 수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감자탕집 역시 “4인 이상 테이블에 투명칸막이를 설치해뒀기 때문에 5인 이상이 오면 나눠서 앉힐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지침을 숙지하지 않은 식당도 적지 않았다. 종로구 고깃집 사장 B씨는 “(방역당국이)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5명이 오면 3명을 앉히고 옆테이블에 2명을 앉히면 되느냐”고 되물었다.

인근 고깃집 직원도 “아직 5명 이상 손님을 안받아봤다”며 “만약 5명이 오면 두세 테이블 떨어뜨려 앉게 하면 안되느냐”고 물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