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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모임 금지’ 첫날 곳곳 혼란…업주 “쫓아낼 수도 없고…”

입력 | 2020-12-23 17:17:00


‘’5인 이상 모임 제한‘’ 첫날인 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이날부터 5인 이상 집합금지 및 다중이용시설 출입이 제한되는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이 실시된다. 서울시는 연이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 이러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자 집합금지·영업제한이 이뤄진 총 20여만개소를 대상으로 총 90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020.12.23/뉴스1 (서울=뉴스1)

“솔직히 따로 오셔서 같이 얘기 나누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어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한 커피숍.

노년층이 많이 몰리는 지역답게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고객 20여 명이 삼삼오오 몰려있다. 사실 사회적 거리 두기 2.5 단계에선 카페에선 취식이 불가능하지만, 이곳은 식사나 주도까지 판매하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날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수칙에 어긋나는 광경은 곳곳에서 벌여졌다. 두세 명씩 앉아있다가도 아는 얼굴이 보이면 자연스레 건너가 앉았다. 처음엔 모르던 어르신들도 정치와 부동산 얘기를 나누며 합석했다. 이러다보니 예닐곱 명이 한 자리에 앉은 건 예사. 카페 사장(63)은 “몇 년씩 드나드는 단골들이라 서로 낯이 익다. 오고가는 것까지 뭐라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21일 발표한 ‘수도권 공동 사적 모임 제한 방역지침’이 23일 0시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 시민들의 일상에선 혼란한 양상이 벌어졌다. 세부사항이 명확치 않았던 데다 현실적으로 단속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들은 “고객들이 요구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난감해했다.

실제로 돌아보니, 강남구에 있는 한 돈가스 전문점에서도 고객 5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장인 정모 씨(45)는 “금방 먹고 가겠다는데 쫓아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도 “5명 이상 오시면 좀 나눠 앉아달라고 부탁드리긴 한다. 그런데 대놓고 기분 나빠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아 대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5인 이상 사적(私的) 모임 제한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12.22/뉴스1 © News1

업소들 역시 지침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영등포구에 있는 한 식당은 5명이 일행인 고객을 2, 3명으로 나눠 다른 테이블에 안내한 뒤 ‘지침 위반’이란 지적에 깜짝 놀라했다. 점장인 정모 씨(39)는 “나름 뉴스를 챙겨보며 공부했는데 안 되는지 몰랐다. 과태료라도 물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다.

일일이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사적 모임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를 기다리던 젊은 층들은 외부 장소의 모임 대신 ‘홈 파티’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취업준비생 지모 씨(25)는 “28일 대학 동아리 지인의 원룸에서 6명이 모여 송년회를 하려 한다”며 “원래 식당을 예약하려 했으나 이번 조치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 씨(23)도 “25일 저녁 고교 친구 6명이 모여 ‘크리스마스 솔로 파티’를 계획 중”이라며 “이미 파티용 물품을 다 구입해 취소하기 어렵다. 집에서 모이는 것까지 뭐라 그러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숙박업소는 인원을 나눠 방을 잡는 ‘쪼개기 예약’을 경계하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솔직히 5명이 방 2개를 잡은 뒤 한 방에 모이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것은 예외를 찾아서 모임을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가급적 모임을 갖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방역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