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주세요.”
경기 고양의 A 요양병원에 격리된 요양보호사 양모 씨(60·여)는 통화가 연결되자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2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양 씨가 있는 요양병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63명으로 늘어난 집단 감염 발생지. 그 역시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런 말 부끄럽지만, 어젠 열이 38.7도까지 오르고 설사가 나와 기저귀까지 차고 있어요.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같이 확진된 환자 어르신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제가 수발을 들어야 해요. 병상이 똥오줌 범벅인데 안 치울 수가 없잖아요.”
역시 집단 감염으로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은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 병원 의료진들이 대거 사표를 쓰고 퇴사해버린 것. 해당 병원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 뒤에 비번 등으로 병원에 없었던 간호 인력 30여 명이 단체로 관뒀다”며 “확진 병동에 간호 인력은 8명뿐이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간병인도 노인들을 돌보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병원 내 감염되지 않은 환자들도 어려움이 크다. 코호트 격리가 됐더라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이 없고 음성 판정을 받은 입소자는 다른 병실이나 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 그래야 병원 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인근 요양병원에선 전부 어머니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대요. 집단 감염이 발생한 병원에서 온다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하지만 집안 사정 상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는데, 병원은 ‘그럼 어머니는 확진자와 함께 있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를 방치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연락이 닿은 해당 요양병원 의료진과 간병인들은 도와줄 인력이라도 늘려달라고 사정했다. 서울에 있는 한 요양병원의 간호사 박모 씨는 “지금 하루에 겨우 몇 시간 쪽잠을 자며 버티고 있지만 한계는 한참 전에 넘어섰다”며 “당장 병상 확보가 어렵다면 환자들을 돌볼 인력 지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