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확대 초중고교 43%가 전교생 60명 이하… 방역에 유리해 대부분 정상 등교 도시 아이들 전학해 교육활동 체험 잔디밭서 뛰놀고 방과후 활동 즐겨
산촌유학의 성공 모델인 전남 강진군 옴천면 옴천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내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전남 화순군 도암면 천태초등학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등교수업과 방과 후 교실을 모두 정상 운영하고 있다. 대도시 학교들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데도 6월 8일 이후 전교생 29명은 매일 등교해왔다.
아이들은 너른 잔디 운동장에서 뛰놀고 학교 텃밭에서 무와 배추를 키우며 평소처럼 생활한다. 방과 후엔 골프와 수영, 바이올린, 자전거 타기 등을 배운다. 지난해 광주에서 전학을 온 4학년 서호진 군은 “도시에선 학교에 매일 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날마다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좋다”며 “3주 전에 직접 키운 배추로 전교생이 김장을 담그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교생 36명 가운데 도시에서 유학을 온 학생이 8명이다. 교문을 나서면 만나는 게 온통 놀이터이고 자연이 교과서이다 보니 전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다. 최용 교장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면서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은 산촌학교만의 특권”이라고 했다.
○ 코로나 시대 주목받는 농산어촌 유학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전남의 농산어촌 작은 학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도시에서는 등교수업 인원을 제한했지만 농산어촌 작은 학교에서는 청정 자연환경과 적은 학생 수 덕분에 매일 등교수업이 가능했다.
농산어촌 작은 학교의 경쟁력을 확인한 전남도교육청이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전에 나선다. 전남의 여건이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과정 운영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도시 학생과 공유하는 ‘농산어촌 유학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농산어촌 학교로 전학해 6개월 이상 체류하며 교육활동을 체험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전남도교육청이 선정한 농가에서 거주하는 홈스테이나 ‘농촌유학센터’에서 공동생활을 선택할 수 있다. 숙식비 등으로 한 달에 80만 원을 부담한다. 이 중 30만 원은 전남도교육청이 원을 지원한다.
가족과 함께 유학 기간 동안 해당 지역에서 체류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유학생의 형제자매인 경우에는 초등학교 3학년도 가능하다. 유학이 가능한 학교 정보와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 등은 전남도교육청 홈페이지의 ‘전남 산·들·섬 유학’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남 작은 학교로 유학 오세요”
현재도 전남 곡성, 구례, 화순, 장흥, 강진, 완도 등지에서 농림부와 자치단체 지원으로 농촌유학센터가 운영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전남도교육청은 작은 학교를 살리고 유학생들의 교육적 욕구를 충족해 주기에는 미흡하다고 보고 교육청 차원의 교류 사업으로 유학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남도교육청이 내년 3월 유학생 유치를 위해 참여 희망 학교와 농가를 파악한 결과 14개 시군에서 초등학교 28곳, 중학교 2곳 등 30곳과 55개 농가가 신청했다. 이들 학교와 농가에서 유치 가능한 유학생은 167명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달 7일 서울시교육청과 농산어촌 유학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전남 학교에 유학할 서울 학생들을 모집하고 이들의 유학생활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나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도시의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에서는 생명이 움트는 것을 보기 힘들다”며 “서울 학생들이 농촌의 생태친화적인 환경에서 도전의식과 용기,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남도교육청은 유학 프로그램이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농산어촌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학생 수가 늘어 교육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과의 추진 성과를 보고 다른 시도 교육청으로 유학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