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점주들 본사에 요청 “매출 곤두박질… 인건비만 나가” 야간배송 시스템 운영차질 등 본사에선 영업단축에 난색 단축영업 자유로운 이마트24, 최근 점포수 급증 반사이익도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가맹점주협의회는 17일 ‘한시적 점포 영업시간 탄력 운영’을 제안하는 공문을 본사로 보냈다. 점주들은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확대로 대학가나 유흥가, 오피스 상권 매장의 심야 매출이 곤두박질했다”며 “특수한 상황이라는 걸 인정해 각각의 점포가 원하는 대로 심야 영업 중단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상승, 점포 수 증가에 따른 매출 감소로 누적된 점주들의 불만이 코로나19로 터져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점포 수 1만 개가 넘는 편의점 ‘빅3’ 브랜드는 24시간 영업을 하는 점주에게 전기료, 신선식품 폐기 비용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서울 한 대학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매장 내 취식마저 금지되면서 심야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다”며 “지원금을 덜 받더라도 불을 끄고 인건비를 아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가맹본사인 코리아세븐은 “점주들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선뜻 야간 영업 중지를 허용해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은 편의점업의 본질”이라며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르지 않은 임의적 영업시간 조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비교적 적은 심야 시간에 맞춰진 물류망도 영업시간 탄력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현행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직전 3개월 0시∼오전 6시 적자가 난 편의점은 해당 시간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규약이 맺어져 있다. 이미 지하철역이나 사업장 내부 등 ‘특수상권’ 점포는 이에 따라 심야 시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규약과 별도로 계약서상에 명시된 야간 영업을 임의적으로 중단하게끔 허용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GS25, CU 등 다른 주요 편의점 점주들은 아직 심야 영업에 대한 별다른 요구를 내지 않았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빅3 중 점포당 평균 매출이 가장 적은 세븐일레븐에서 점주들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점주들의 심야 영업 여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영업’을 계약상 강제하지 않는 이마트24의 빠른 점포 수 증가도 심야 시간 영업을 기피하는 점주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24는 2017년 2700개에서 올해 11월 5300개로 3년 새 점포 수를 2배 가까이로 늘렸다. 이 중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가 80%에 이른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