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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권혁대]대학, 지자체와 손잡고 지역사회 성장 이끌어야

입력 | 2020-12-24 03:00:00


예로부터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으로 불리며, 전문적인 학문 연구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고유의 목적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호 소통하면서 지역사회 혁신을 이끄는 주체로서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 단순히 지식을 생산하고 학생을 교육하는 역할에서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수도권 집중화는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더욱 심화되면서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산업체 간의 유기적인 협업체계 구축, 그리고 상생발전 모델의 개발과 확산은 매우 절실하다. 지역사회의 3주체는 각자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상생 발전과 혁신이 가능해진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고용과 소비, 인적·물적 자산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그동안 대학이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을 중심으로 지식 창출과 공유, 지역산업 육성에 많은 역할을 담당해 왔다면, 현대사회는 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미 사회적 가치 창출을 대학의 핵심 역할로 보는 관점이 폭넓게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이제는 대학이 가진 우수한 자원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쌓아왔던 전문성을 발휘해 지역사회와 대학이 발전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3개 대학이 일명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Research Triangle Park) 조성을 통해 한때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방 중 하나이던 노스캐롤라이나를 최첨단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킨 것은 좋은 모델이다. 그 외에도 미 조지아텍 중심의 애틀랜타, 독일 예나프리드리히실러대와 예나응용과학대 중심의 예나(Jena), 일본 도호쿠(東北)대 중심의 센다이(仙臺) 등이 그런 사례다. 대학이 유능한 인재를 배출하고, 기업과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는 등 대학이 중심이 돼 지자체, 산업체 등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이 이들 지역혁신의 공통적인 핵심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대학은 그들이 가진 우수한 인프라와 전문성을 십분 활용해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수요와 대학이 가진 자원을 맞춤형으로 연계함으로써 협력 가능한 분야를 찾고, 지역사회와 대학이 함께 성장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이른바 ‘지역혁신 생태계’ 조성의 구심체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권혁대 목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