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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文대통령 백신 발언’ 선택적 공개로 혼선 부추겨

입력 | 2020-12-23 23:17:00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지연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까지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지만 오히려 ‘백신 실기(失期)론’이 확산되고 있다. 백신 확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일각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면서 혼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문 대통령이 9월에야 백신 확보와 관련해 처음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날 공개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7월 백신 확보를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7월 21일 내부 참모회의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받아 생산하기로 한 사실 등을 보고받고 “충분한 물량 공급”을 당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국내용으로 충분히 확보하라고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와대가 야당의 백신 책임론에 반박하기 위해 일부 발언만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이 백신 수입과 관련해 언제 어떻게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지핀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백신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 언급한 것은 3월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 노력을 강화하자”고 말하면서부터다. 이후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백신 국제 공조를 주로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국제기구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선구매해 빈곤국과 개도국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주요국이 7, 8월부터 백신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국제 협력을 통한 백신 보급을 강조해온 것.

문 대통령은 또 백신과 치료제 자체 개발을 강조해왔다. 특히 9월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이 중단되면서 조기 수급에 비상등이 들어온 이후인 10월 15일 백신 개발 기업 현장 방문에서도 문 대통령은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만큼은 설령 다른 나라가 먼저 개발에 성공하고 우리가 수입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자체 개발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발언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백신 수입에 대한 강도 높은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다. 문 대통령은 11월 24일 내부회의에서 “최선을 다해서 확보하라”, 같은 달 30일엔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가 백신 개발 상황에 대한 오판과,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따라 백신 수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백신 확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현재의 정보에 근거해 예측하자면 앞으로 어떤 경로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라는 전망을 밝히고 그 근거들을 국민에게 널리 공개해 솔직하게 지혜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