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 넘어 폭력성 보이면 ‘분노조절장애’ 의심해 봐야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땐 상대방 입장 돼 보는 것 도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우울증 단계인 ‘코로나 블랙’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만약 더 나아가 불쑥 화가 치밀거나 폭력적인 상황에 쉽게 놓이면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하나의 질환이나 병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노조절 문제는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는 증상이다. 분노는 본능적 감정이 순간적인 말 또는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 대표적 원인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지속 노출 △마음속 억눌린 화 누적 △성장 과정 중 정신적 외상 △낮은 자존감이나 열등감 △무시당한다는 생각 △특권의식이나 피해의식 △뇌의 감정조절 기능 저하 △폭력에 대한 처벌이 약한 사회나 문화적 환경 등 매우 다양하다.
강승걸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는 소위 ‘묻지 마 범죄’, 대기업 총수가 부하 직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하는 사건 등은 공격성과 분노조절 문제가 혼재된 ‘분노조절장애’가 원인”이라면서 “분노조절 문제는 무엇보다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노가 치미는 순간에 1, 2분 참고 견딜 수 없으면 상황을 피하는 것도 분노조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화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가라앉는다. 화가 날 경우 마음속으로 1부터 100까지 세어 보자. 그럼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그 상황을 정리하거나 피하는 것이 낫다.
자주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은 독선적이거나 일방적 성격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이건 이래야 한다’라는 편협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강 교수는 “분노조절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사고방식, 상대의 입장이 돼 보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불만스럽거나 힘든 상황에서도 유머로 상황을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