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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면 바빠지는 기상청 사람들

입력 | 2020-12-24 03:00:00

첫눈 등 해당지역 ‘계절관측’
관측자가 직접 목격해야 인정
눈길 뚫고 매시간 적설량 체크




폭설이 내린 14일 경북 울릉도의 울릉도관측소에서 관측자가 적설량을 재고 있다. 울릉도는 눈이 많이 내려서 매 시간 쌓인 눈의 높이를 확인한다. 기상청 제공

기상 관측소는 계절별 특성이 두드러지는 시기에 유독 바쁘다. 꽃이 피고,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는 등 계절 변화 추이를 알려주는 자연 현상을 직접 확인해 기록하는 ‘계절관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절관측은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대상을 향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해당 지역의 첫눈은 관측소에서 관측자가 목격해야 인정된다. 기상청이 첫눈 가능성을 예보하면 매 시간 관측소 앞마당에서 관측자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유다. 유난히 추웠던 이달 중순도 마찬가지였다.

올겨울 첫 대설 예비특보가 발령된 13일, 울릉도관측소 직원들은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눈이 많이 오는 울릉도는 적설량이 중요하다. 관측자들은 매 시간 쌓인 눈의 높이를 측정한다. 관측소 인근에는 가로세로 각 50cm의 납작한 적설판 위에 눈금이 표시된 적설척이 수직으로 꽂혀 있다. 이 적설척의 눈금과 눈의 높이를 맞춘 것이 적설량으로 기록된다. 13일 밤부터 16일까지 쌓인 눈의 높이는 45.8cm.

울릉도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적설판 위에서도 위치마다 눈이 쌓인 정도가 다르다. 이 때문에 관측자들은 매 시간 적설척 주변을 자로 찔러가며 평균치를 구해야 한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한밤중이어도 거를 수 없다. 17일까지 5일간 비상근무를 마친 김정희 울릉도관측소장은 “매 시간의 관측 기록들이 모여 울릉도의 기후 역사가 되기에 한순간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서울기상청은 한강 결빙 여부 확인에 촉각을 기울였다. 14일부터 17일까지 4일 연속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1906년부터 한강 결빙 여부를 관측해왔다. 관측 지점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 상류 100m 부근이다. 이 지점에 얼음이 얼어야 한강 결빙으로 인정된다. 홍미란 서울관측소장은 14일부터 한강대교에서 상류 방향으로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실시간 영상을 수시로 확인했지만 일렁이는 물결이 멈추지 않았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1.1도까지 내려간 15일 오후에는 직접 한강대교로 가 확인했다. 한강 결빙은 관측자가 직접 한강에 가서 눈으로 확인해야 공식 인정된다. 홍 소장은 “17일부터 낮 최고기온이 영상권으로 올라간 영향인지 이번 추위에는 한강이 얼지 않았다”며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예보된 연말부터 다시 한강 결빙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강이 얼지 않았던 겨울은 평균기온이 3.1도로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해 겨울을 포함해 8번에 불과하다.

강은지 kej09@donga.com·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