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日-싱가포르 어떻게 백신 확보했나 7월 중순 협상팀 구성한 日, 한달도 안돼 2억4000만 회분 확보 싱가포르 “美-EU에 팔리기전 계약” 전문가 구성… 속전속결 구매 결정
아시아 국가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빠르게 확보한 일본과 싱가포르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신속하게 백신 구매 방침을 정했고,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 신속한 확보의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7월 중순 후생노동성 산하에 변호사를 포함한 ‘백신 협상 전문가팀’을 구성하고 백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일본 정치권에선 “글로벌 백신 확보 경쟁 속에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던 때였다.
하지만 전문가팀은 7월 31일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1억2000만 회분 공급에 기본합의를 했고, 8월 7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도 1억2000만 회분 공급에 기본합의를 했다. 두 번씩 접종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팀이 발족한 지 한 달도 안 돼 일본 인구(약 1억2600만 명) 대부분이 접종받을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화이자는 18일 일본에 사용 승인을 신청했으며, 이르면 내년 2월 일본에서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후생성 측은 “공무원이 규정만 어기지 않는다면 징계를 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일본에는 한국의 감사원과 같이 공무원 직무와 회계에 대해 폭넓게 감사하는 기관은 없고, 정책에 대해 징계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정부는 백신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소송비용과 배상금을 일본 정부가 지불하는 내용의 백신접종 관련법도 정기 국회에 제출해 이달 통과시켰다. 백신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해 면책권을 요구한 해외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빨리 진행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또 아시아권에서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은 싱가포르는 4월부터 백신 확보 계획을 가동했다. 23일 싱가포르 매체들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4월 공공 및 민간 분야에서 18명의 과학자 및 임상 의사들을 선발해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면서 백신 확보에 착수했다. 이어 정부는 4월 말 패널이 추천한 백신 후보에 대한 구매 협상을 담당할 ‘백신 및 치료법 기획단’을 구성했다. 레오 입 기획단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 개발업체들과 약 40개의 비공개 협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후 싱가포르는 6월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와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확실히 하기 위해 계약금도 지불했다.
전문가 패널을 이끈 벤저민 싯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선구매 계약이 아시아에서 첫 백신 확보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싯 교수는 “우리가 백신 구매를 원한다고 해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거대 시장에 대량으로 팔려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