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옛 동료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에 대해 “형량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세게 나왔다”면서 “피고와 변호인단이 그 동안 법정에서 불량한 태도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23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국흑서 팀 권경애 변호사와 김경율 회계사에게 지난 2월에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결”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애초에 사법적 문제를 정치화한 게 패착”이라며 “명백한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위증을 하거나 묵비를 행사하니, 재판부에서 피고 측이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겠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사문서위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1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약 1억3000만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정 교수 측은 항소하겠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2심에서는 정치적 장난은 그만 치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가운데 철저히 법리에 입각한 변호 전략을 짜는 게 좋을 것”이라며 “어차피 2심에서는 대개 양형을 다투지 않느냐. 지지자들을 매트릭스에 가둬놓기 위해 거짓말을 계속하면, 형량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미 사안을 정치화해 놓은 상황이라, 이제 와서 혐의를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그렇게 정치적 기동을 할수록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법적으로 불리해진다는 데에 있다. 이번 판결에는 조 전 장관의 혐의를 확인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니 조 전 장관은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적었다.
“내 싸움은 끝…우린 특권층의 사익에 봉사하는 신민 아냐”
진 전 교수는 동양대에 사직서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던 지난 1년을 돌아보기도 했다.이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투표장이 아니라 일하는 현장에서 확인되는 것”이라며 “누군가 사실을 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면, 그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거다.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다고 쫓겨나야 한다면, 그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킨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면서 “나의 ‘특별한 비판’은 사실을 말하는 이들을 집단으로 이지메 해 온 대통령의 극성팬들, 민주당의 극렬 지지자들에게 돌리고 싶다.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들이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들이 망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주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 가난한 서민들이 이미 가질 만큼 가진 사람들의 특권을 지켜주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며 “그들이 ‘개혁’의 대의를 자신들의 사익에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게시물 댓글란에 “그동안 감사했다”면서 “고생하셨다”고 적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