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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130대 때렸는데…교사는 ‘자격정지 6개월’

입력 | 2020-12-24 15:35:00

사천시청, 아동학대 교사 '자격정지 6개월'
"살인·유괴 등 해당 안돼… 중대한 학대 아냐"
법무공단에 자문 요청…징계 수위는 그대로
사천시청·법무공단 "자문 내용 공개 못한다"
파주시는 아동학대 교사 '정직 2년' 검토 중




 말 못하는 장애아동을 약 한 달에 걸쳐 130여대를 때린 혐의 등을 받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사천시청이 ‘자격정지 6개월’ 징계 조치를 확정한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사천시청 측은 해당 보육교사의 행위가 ‘중대한 학대’로 인정된다는 정부법무공단의 자문이 있을 경우 자격정지 기간을 2년으로 늘릴 수 있다고 했는데, 정직 기간이 6개월로 최종 확정된 점에 비춰볼 때 정부법무공단은 교사의 행위가 중대한 학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사천시청 측은 최근 상습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보육교사 A씨에 대한 자격정지 6개월 징계 조치를 확정했다.

A씨는 지난 8월10일부터 약 한 달에 걸쳐 뇌병변장애 2급을 앓는 B(5)군의 손등과 머리 등을 때리고, 컵으로도 머리를 가격하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의 머리에서 상처를 발견한 모친은 어린이집 측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청했고, 이후 영상을 확인하면서 상습 학대 정황을 의심해 A씨 등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접수 후 조사를 마친 사천경찰서는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천시청 측은 지난달 이 교사의 행위가 아동학대로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살인이나 유괴 등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중대한 학대 행위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자격정지 6개월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이 사건 학대가 중대한 학대 행위로 인정될 경우 영유아보육법과 아동복지법 등에 따라 이 교사에 대한 정직 기간은 2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피해아동 측 모친이 ‘중대한 학대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자 사천시청은 정부법무공단에 이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고, 이달 초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천시청 측은 “자문 내용은 당사자(사천시청 및 정부법무공단)가 아니면 공개할 수 없다”며 피해아동 모친에게 정부법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문 내용과 보육교사에 대한 최종 징계 조치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사천시청 측은 피해아동 모친에게 “행정처분 결과를 알고 싶으면 (아동학대를 한) 보육교사에게 직접 물어보라”고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법무공단은 변호사법상 의뢰인인 사천시청 측이 자문을 구한 내용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법무공단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의뢰인(사천시청)과의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자문 결과 등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자문 내용 공개 여부는 사천시청에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후 피해아동 모친은 이달 초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교사 A씨에 대한 사천시청의 최종 징계 처분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했고, 지난 22일 ‘행정처분 결과 보육교사 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영유아보육법 제39조 제2항 ‘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에 대한 행정처분의 세부 기준’은 ▲영·유아에게 중대한 생명·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같은 행위가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인 경우 자격정지 기간은 2년으로 늘어난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에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사천시청은 이번 아동학대 사건이 살인·유괴 등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기준 대신 다른 기준인 ▲비위생적인 급식을 제공하거나 영·유아 안전 보호를 태만히 해 영유아에게 생명·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를 적용했다. 이 기준에 대한 징계 조치는 자격정지 6개월 뿐이다.

피해아동 모친은 “정부법무공단이 이번 사건의 아동학대 행위를 ‘중대한 학대’로 판단했으면 교사에 대한 자격정지가 2년으로 바뀌었어야 하는데 6개월로 확정됐다”며 “결국 중대한 학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천시청 측이 피해아동의 부모에게도 징계 조치에 대해 아무것도 안 알려주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며 “교사의 개인정보를 묻는 것도 아니고 행정처분 결과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끝까지 안 알려주겠다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한편 파주시청은 약 6개월에 걸쳐 5살 남자아이를 상습 학대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해 ‘자격정지 2년’ 우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1심 선고 전이라도 아동학대 정황과 피해 정도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격정지 조치를 우선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후 1심 법원이 이 교사에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할 경우 ‘자격 취소’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시청 측 설명이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아이한테 학대로 인한 피멍이나 상처가 발견되는 등 누가 봐도 학대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시청 차원에서 즉각 처분이 가능하다”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 교사에게 자격정지 2년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