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한 2개월의 정직 처분은 본안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24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집행정지를 결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징계 처분 자체의 위법성을 다투는 본안소송에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날 법원 결정으로 윤 총장은 내년 7월 24일까지인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게 됐다.
법원은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이례적으로 2차례 심문기일을 진행한 끝에 이날 오후 10시경 인용 결정을 내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발표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이다. 재판부는 “징계위원회의 의결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징계 처분은 정지함이 맞다”고 밝혔다.
○ “검찰총장 부재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막대”
재판부는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징계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 생기는 ‘공공복리 훼손’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 측은 “이 사건은 단순한 윤 총장 개인의 손해뿐 아니라 검찰 조직, 나아가 법치주의 훼손으로 인한 사회 전체의 손해가 함께 연결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윤 총장 측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두 차례의 심문기일에서 “임기가 7개월 남은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은 금전 등 다른 방식으로는 회복이 안 되는 손해”라며 “개인뿐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우리나라 법치주의에 심각한 손해가 있어서 1초라도 방치할 수 없다”고 법정에서 밝힌 바 있다.
법원은 또 검찰의 최고 지휘감독권자인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은 사실상 해임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 측은 “정직 2개월 후 복귀해도 그 위상의 실추로 인해 지휘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어 식물총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법무부 측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수개월간 정지된 바 있다고 윤 총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윤 총장의 부재로 인해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 사건 등 검찰의 중요 사건 수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둔 것이다.
재판부는 법무부 측의 “공공복리 훼손”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재가한 윤 총장의 징계 처분을 중단하더라도 이 같은 조치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징계 절차에도 중대 하자 판단
법원은 이번 집행정지 사건을 결정하면서 본안소송에서 다루는 징계 절차의 적법성, 징계 혐의에 대한 판단도 일부 내놓았다. 징계위 과정에서 윤 총장에게 최종 변론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지 않았고, 회피 사유가 있는 징계위원의 징계 심의 참여 등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발생해 윤 총장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법원의 이날 결정에 대해 법무부가 즉각 항고에 나서는 등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선 집행정지의 항고 사건의 경우 단시간에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결정이 윤 총장 임기 내에 법원에서 내릴 마지막 판단으로 보고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