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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문닫는 日 의류매장… 온라인 승부수

입력 | 2020-12-25 03:00:00

의류기업 4개사, 1320곳 폐쇄
백화점도 매장 철수로 덩달아 휘청
인터넷으로 1대1 접객 서비스
지방 점포 대상 ‘디지털 살롱’ 개설



최근 재개장한 일본 도쿄 시부야백화점 ‘파르코’ 내 여성 의류 매장에 도입된 ‘스마트 거울’을 고객이 보고 있다. 거울에 고객의 움직임이 3초 느리게 나타나 자신의 뒷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매장 측은 이 거울 도입으로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일본에서 의류 매장과 백화점이 줄줄이 함께 문을 닫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백화점에 의류 매장이 입점하는 형태로 서로 성장을 이끌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동반 악순환에 빠졌다.

2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온워드홀딩스, 월드 등 일본의 의류 기업 4개사는 올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국내외 약 1320개 의류 매장을 닫을 계획이다. 1980년대 후반 버블경제 시절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했던 의류 기업인 레나운은 올해 5월 파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여력이 줄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옷 구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쁘더라도 의류 업체들이 백화점과의 관계를 감안해 백화점 내 의류 매장은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엔 백화점 내 매장까지 철수하며 백화점도 덩달아 휘청거리고 있다. 규슈의 한 백화점은 여성복 중심의 의류 매장 폐점이 잇달아 10월부터 2개 층이 비어버리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고치현의 고치다이마루백화점에선 올해 30개 의류 매장이 사라졌다. 백화점 측은 다른 의류 매장을 입점시키려 했지만 새로 입점할 여력이 있는 의류 브랜드가 없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밝혔다. 올해 13개 백화점이 폐점했고, 도쿄 미쓰코시에비스점 등 내년에 폐점을 예고한 곳도 4곳이다.

일본 백화점은 1991년 절정기를 지난 이후 매년 매출액이 줄고 있다. 지난해 일본 백화점 전 점포의 매출액은 5조7547억 엔(약 61조2700억 원)으로 2018년보다 1.4% 줄었고, 1991년에 비해선 약 40% 감소했다. 어느새 ‘지방 백화점에 의류 매장을 내는 것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생겼다. 그럼에도 백화점이 새로운 입점 업체를 발굴하지 않고 의류 매장에 의존하다가 코로나19 타격에 의류 업체와 함께 쓰러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화’에 생존 승부수를 던지는 곳도 나오고 있다. 의류 기업 TSI홀딩스는 9월부터 온라인으로 일대일 접객을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자연 채광 상태에서 색상을 보여주고, 옷을 입었을 때 어떤 분위기가 나는지 설명하고 있다. 에히메현 마쓰야마미쓰코시백화점은 도쿄의 점원이 인터넷으로 지방 점포에서 취급하지 않는 고급 브랜드를 소개하는 ‘디지털 살롱’ 서비스를 이달 시작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