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뻔뻔 끝판왕 경연장 같은 文 인사 주변에서 저런 사람들 직접 본적 있나요? 美 민주주의 지킨 건 직업규범 충실한 檢·軍·選 우리도 법리 충실한 판사, 검찰·감사원이 희망 줘
이기홍 대기자
단테의 신곡이나 영화 ‘신과함께’ 등에서 지옥여행을 통해 인간 죄악을 종류별로 경험케 하듯,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인사들은 인간심성의 뒤편에 숨은 추한 특질들을 차례차례 보여준다.
국민들은 조국 사태에서 위선과 이중잣대의 심연을, 추미애를 통해 독선과 뻔뻔함의 극치를 목도했는데, 이젠 변창흠 이용구가 마치 “위선왕 콘테스트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고 웅변하듯이 인간심성 밑바닥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전국 선발대회를 해도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만 골라 찾아내기는 힘들지 않을까.
정권 초부터 코드인사에 매몰되니 상식을 지키는 중도진보 인사들은 참여할 생각도 안 하는 악순환이 된다.
찾아가지 않은 가방들만 남은 공항 ‘수화물 찾는 곳(baggage claim)’처럼 문 정권의 인사 컨베이어벨트엔 상식의 세계에서 버림받은 인물들만 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좁은 인재풀에서 골라 투입한 굽은 나무들은 불과 3년 사이에 공직사회를 근본부터 망가뜨렸다. 아차 하면 적폐세력으로 몰리고 휴대전화 압수, 가차 없는 인사보복이 이어지자 공무원들은 납작 고개를 숙였다.
기자 생활 수십 년간 많은 공직자들과 만났다. 사명감과 전문성 성실성 열정이 남다른 이들이 많았다. 기업을 이끌어온 임직원들과 더불어 그런 공직자들의 직업윤리는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기둥들이었다,
최소한 금융 재정 외교 안보 등 핵심 부처들에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권의 눈앞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과감히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권력이 재단해준 꽉 조이는 제복 내에서 운신하며 위에서 원하는 정책만 양산하는 것 아닌가.
공복(公僕) 정신의 실종은 백신사태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정권 수뇌부가 외국산 백신에는 별 관심을 안 둔 채 퍼주기에 재정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해도, 공직사회가 살아있었다면 직위를 걸고 거듭거듭 백신 조기확보의 중요성을 직언하고, “더이상 실기해선 안된다”며 설득하고 고집하는 관료들이 잇따랐을 것이다.
물론 마스크 대란 때 그랬듯, 정권이 뒤늦게 건 초비상령에 쫓기는 한국의 공무원들은 특유의 순발력과 집중력 행정력으로 옥쇄하듯 달려들어 머잖아 뭔가 대책을 마련해낼 것이다.
트럼프는 심복을 법무장관에 임명했지만 검사들은 직업윤리를 끝까지 지켰다. 4년간 트럼프의 핵심 측근 6명이 유죄를 받았고 7명이 기소돼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공개수사 발표와 기소를 촉구했지만 검사들은 이를 거부했다.
흑인 시위에 군 투입을 거부한 국방장관, 트럼프 기자회견에 배석한 자신의 행동이 군의 정치적 중립 이미지를 훼손한 것이라며 공개 사과한 참모총장, 트럼프의 집요한 부정선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선관위 직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화벽이었다.
우리도 희망은 보인다. 대법원 헌재 중앙선관위 등을 코드인사로 채우고, 대통령이 헌법기관장들을 모두 불러 “각별한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해도, 전국의 모든 판사 검사 서기관 사무관 주무관 감사관들을 다 장악할 수는 없다. 헌법정신과 공직자로서의 규범을 내면화한 공무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정치적 사건을 오직 법리에만 충실해서 판단한 일선 판사들의 잇단 판결, 윤석열 검찰과 최재형 감사원의 공직자들이 그걸 증명해준다. 경제·사회정책 부서들에서도 재정건전성과 정책합리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커질 것이다.
여당이 다수결 정족수를 무기 삼아 폭주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규범과 상식을 지키는 공직자야말로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화벽, 헌법정신의 핵심인 견제장치다.
교수에서 공기업 사장으로 직행하더니 자기 사람들에게 대거 고위직을 안겨주고,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으로 자신을 발탁해준 시장님이 궁지에 몰리자 그 죽음에 막말을 퍼붓고,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는… 3류 풍자코미디 영화에 등장해도 너무 과장된 인물형이라고 비평받기 딱 좋은 그런 캐릭터의 인물들에게 한상(床) 차려 올리려고 그 힘든 공부를 해서 공직자가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