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가면 1000년 넘은 가게도 있다. 모차르트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장크트 슈티프츠켈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803년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가 다녀간 기록이 남아있다. 신라시대 식당이 지금껏 남아있는 셈이다. 일본엔 100년 넘은 가게가 3만3000개인데 이 중 19개가 1000년 역사를 주장한다. 교토의 찹쌀떡(모찌) 가게 ‘이치와’는 1020년 전 역병에서 살아남기를 기원하며 긴카쿠지(金閣寺)를 찾는 이들에게 다과를 제공하면서 시작된 가게다. 지금은 25대 주인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이겨내며 운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서울 평양냉면집 ‘을밀대’와 전북 전주비빔밥 전문점 ‘가족회관’을 포함한 ‘백년가게’ 88개를 추가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로써 총 724개가 백년가게로 지정됐는데 엄밀히 말하면 백년가게들이 아니다. 창업한 지 30년 넘은 소상공인 가운데 장수할 만한 가게를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진짜 백년가게인 이문설렁탕 낙원떡집 종로양복점은 리스트에 없다.
▷백년가게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몸집을 쉽게 불리지 않는다. 일본 백년가게의 25%가 2년 이상 운영 자금을 비축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치와’의 25대 주인은 “우리에겐 이문을 남기는 것 이상의 목표가 있다. 그걸 이어달리기하듯 후대로 바통을 넘긴다”고 했다. 한국은 가게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오래가는 가게는 드물다. 식민통치와 전쟁, 정변과 쿠데타, 외환위기 등등 우리나라처럼 내우외환 잦은 환경 속에서는 100년이 아니라 10년을 이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백년가게는 유럽이나 일본의 그것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이문설렁탕의 묵직한 국물 맛처럼 불안한 시기 든든한 의지가 되는 백년가게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