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직무 복귀]직무배제-징계 모두 법원서 좌초 秋장관, 尹과 법리싸움 2연패 與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결과” 일각 “대통령이 秋경질 서둘러야”
결국 살아난 윤석열 총장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 집행정지 2차 심문이 열린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윤 총장의 지지자가 윤 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세워놓고 시위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법원 판단이 늦은 시간에 나왔습니다. 오늘 청와대 입장 발표는 없습니다.”
법원이 24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야말로 할 말이 없다는 것.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상상하기도 싫었던 최악의 결과가 벌어졌다” “어떻게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쏟아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최악의 정치적 패닉 상황”이라고 했다.
○ 여권 “최악의 성탄절” 당혹
청와대는 이날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최대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등을 보장하고 예상보다는 징계수위를 낮춘 ‘정직 2개월’의 징계 결과가 나왔는데도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행정부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징계 결정한 엄중한 비위행위에 대해 이번에 내린 사법부의 판단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은 행정부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당초 여권은 윤 총장 정직을 계기로 이른바 ‘추-윤 갈등’을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새해가 돼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계속 싸우면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며 “추 장관도 이미 사의를 표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정리되기를 기대했는데, 법원의 결정으로 완전히 시나리오가 어그러졌다”고 말했다.
여권의 당혹감이 더 컸던 것은 법리 싸움에서 윤 총장이 두 번 연속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지난달 기습적으로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치를 취했지만 2일 법원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이유로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한 여당 의원은 “(23일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유죄 판결까지 포함하면 법원으로부터 3연타를 맞은 것”이라고 했다.
○ “秋 장관이 아닌 文 대통령이 패배한 것”
청와대와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이번 사태가 윤 총장의 거취 문제로 그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정부를 보면 레임덕은 인사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추-윤 갈등’이 전혀 예상치 못한 정치적 결과를 낳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서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수사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 및 주요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층 더 강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또 다른 여권 인사는 “당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마무리하고 추 장관이 사퇴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당장이라도 나가야 할 상황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이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