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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정치적 중립 의심’ 추측에 불과… 징계사유 인정 안돼”

입력 | 2020-12-25 03:00:00

[윤석열 직무 복귀]윤석열 징계 집행정지 신청 인용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관련 “부적절 언행으로 단정 어렵다”
“징계위원 기피신청 의결 과정 정족수 갖추지 못해 절차적 하자
판사 분석 문건은 매우 부적절”
尹, 내년 7월 임기 채울 가능성 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24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집행정지를 결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법무부 징계심의 과정에서 기피신청 관련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점 등 일부 절차적 하자가 있어 본안소송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는 만큼 정직 2개월 징계가 내려진다면 윤 총장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봤다. 윤 총장 징계 사유에 대해선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는 매우 부적절하나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유보적인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이례적으로 2차례 심문 기일을 진행한 끝에 이날 오후 10시경 인용 결정을 내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발표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이다.

○ 윤 총장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

재판부는 우선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징계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 생기는 ‘공공복리 훼손’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 검찰총장의 임기 등을 고려하면 이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라며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는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윤 총장이 그동안 제시해 온 “검찰 조직, 나아가 법치주의 훼손으로 인한 사회 전체의 손해가 함께 연결돼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월성 원전 수사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총장이 주장하듯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보복,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 저지 목적 등은 소명되지 않았다”며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제도는 검찰총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인 검사징계법 제정 때부터 존재한 제도 등인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동시에 법무부의 윤 총장 직무 복귀로 인한 ‘공공복리 훼손’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 측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부 일원인 검찰총장에 대해 행사한 정당한 인사권이므로 이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법무부가 행정부의 불안정성, 국론 분열 등 공공복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윤 총장의 복귀로 인해 대검 감찰부장에 대한 수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등에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법무부 측 주장도 소명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 “징계 절차 일부 위법, 혐의는 추가 심리 필요”
재판부는 윤 총장의 징계 절차에서 일부 하자가 있다고 봤다. 이달 10일 열린 1차 징계위에서 징계위원들은 윤 총장 측 기피신청에 대해 위원 3명이 의결해 기각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전체 징계위원 재적수가 7명이므로 이 중 과반인 4명 이상이 기피 의결에 참여했어야 했다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무부가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 한 명을 의결정족수에서 빼야 한다며 위원 6명 중 과반인 3명 이상의 참석으로 기피 의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또 재판부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 “부적절한 언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한다’는 징계위의 비위사실 근거는 추측에 불과하다”며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총장의 징계 사유 네 가지 가운데 재판부 분석 문건과 관련해 “악용 위험성이 있어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문건의 구체적인 작성 방법과 경위에 대해선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법무부는 항고 등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집행정지 항고 사건의 경우 단시간에 결론이 나오기 어려워 사실상 이번 결정이 윤 총장 임기 내에 법원에서 내릴 마지막 판단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