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약 778번 셀프투약…70대 의사, 1심 집행유예

환자들에도 수천 회 투약해
"죄질 나빠, 오·남용은 적어"

의료용 마약인 ‘미다졸람’을 자신과 환자들에게 수천번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의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미다졸람은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으로 프로포폴·케타민과 함께 3대 수면마취제로 불리는 투명한 약물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73)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300만2580원에 대한 추징도 명령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 2013년 5월께 자신을 검사나 수술을 요하지 않는 ‘기타 근통’으로 진단한 후, 피로회복 등을 목적으로 미다졸람 1㎎을 영양제가 든 수액에 넣어 주사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4월까지 총 778회에 걸쳐 이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또 이 기간동안 미다졸람 투약을 희망한 환자 9명에게 적게는 393회부터 많게는 1107회에 이르기까지 이를 투약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이들과 본인에게 사용한 미다졸람의 양은 총 2만1447㎎으로, 그 횟수는 총 7225회에 달했고 그 가격은 약 300만원 상당이었다.

이 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류의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있다”며 “의사의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의료목적으로만 마약류를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마약류취급자로서 의사라는 지위를 악용해 영리를 위해 반복적으로 업무 외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미다졸람을 투약했다”며 “그 죄질이 좋다고 할 수 없고, 투약 횟수 및 투약량 역시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씨가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미다졸람은 오·남용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점 등은 김씨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