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집안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갖고 경주를 한다. 상상력을 동원해 식탁과 의자는 장애물, 마루바닥의 줄은 차선으로 여기고 머릿속으로 그린 코스를 따라가며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
어린이들의 상상이 증강현실(AR) 게임으로 구현됐다.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가 17일 국내에 정식 발매한 게임 ‘마리오카트 홈서킷’은 집안에 가상의 경주 코스를 만들어주는 AR게임이다. 게임의 핵심은 카메라가 달린 무선조종 모형자동차(RC카). 이용자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를 이용해 RC카를 움직이면, 카메라가 집안을 비추며 가상의 코스를 생성한다. 이용자가 게임을 하는 동안 RC카는 집안에서 실제로 주행을 한다.
‘마리오카트 홈서킷’이 2016년 전 세계 이용자들을 끌어 모았던 ‘포켓몬 고’ 이후 식어가던 AR게임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지 주목받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마리오카트 홈서킷’에서 AR게임의 새로운 성공 가능성을 봤다는 호평과 함께, 한계를 봤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판매량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한국닌텐도는 특정 게임 타이틀의 현재 판매 실적과 목표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올해 3월 국내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켰던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비교하면 사람들의 관심도는 낮은 수준이다. 게임 타이틀 가격이 10만9800원이고 40만 원대에 이르는 닌텐도 스위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예상되는 판매량과는 별개로 국내 게임업체들은 이 게임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판매량이 많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AR게임과 VR(가상현실)게임 등 XR(확장현실)을 어떤 식으로 콘텐츠에 활용해야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지 알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R게임은 2016년 미국 게임사 나이앤틱이 개발한 ‘포켓몬 고’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상징하는 콘텐츠 중 하나로 여겨졌다. 포켓몬 고의 인기에 자극받은 국내외 게임사들은 AR게임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성공한 AR게임으로 평가받는 건 사실상 포켓몬 고 하나뿐이다.
포켓몬 고가 AR게임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포켓몬이라는 유명 지적재산권(IP)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나이앤틱이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해리포터 시리즈를 활용한 모바일 AR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을 내놨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정교한 AR 그래픽을 강조한 게임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활용한 야외활동형 게임들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AR게임의 미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AR 기술은 게임보다는 전자상거래, 하드웨어, 광고 등에 더 적합하고 본다. 이에 게임시장에서 AR게임은 밀려나고 대신 게임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VR게임 위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포켓몬 고가 올해 상반기(1~6월) 역대 최대 매출인 4억4500만 달러를 올리는 등 AR게임의 인기가 다시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 게임백서’에서 “구글이 AR 개발자용 프로그램을 보급했고, 실제 스마트폰 카메라에도 일반화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모바일 게임에서 AR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