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코로나 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뒤 운영을 시작한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제공 경기일보
25일 오전 7시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의 한 병동. 신경외과 전문의인 곽형준 씨(48)가 뜬눈으로 성탄절 아침을 맞았다. 그는 전날 오후 11시경부터 약 8시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환자를 진료했다. 광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곽 씨는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파견의사를 모집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 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했다. 첫 번째 파견지가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1호인 박애병원이다. 24일은 박애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가 시작된 날이다.
곽 씨는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의협 공고를 보고서 곧바로 지원했다. 첫날부터 밤을 새웠지만 오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 중인 병원에 한 달간 무급휴직을 내고 평택으로 왔다. 코로나19 환자를 살펴보면서 벌써부터 휴직기간 연장을 생각 중이다. 처음에는 한두 달 정도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내년 1, 2월에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평택에 더 머물겠다는 것이다. 곽 씨는 “떠날 때 아내와 아이들은 말리지 않았는데 노모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어머니께는 ‘이번에 안 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집을 짓는데 벽돌 한 장 보탠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왔다”고 했다.
의협이 18일부터 시작한 코로나19 환자 진료 파견의사 모집에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현재 1105명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 중 박애병원 5명을 포함해 모두 53명이 진료 현장에 배치됐다.
민 씨는 시상식 후 국내 한 의료기관에서 6주 일정의 연수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해 연수마저 중도에 포기했다. 민 씨는 28일부터 박애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예정이다. 그는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가서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정말 많은 의료진이 고생하고 있는데 나도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1차 유행 때도 지원하고 싶었지만 당시엔 국내에 있지 않아 그러지를 못했다.
박애병원에 온 지원자 중에는 60대 ‘노(老)의사’도 있다.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신경외과 전문의 정효숙 씨(66·여)는 24일부터 박애병원에서 중증의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정 씨는 말기암 환자 등 호스피스병원에서 돌봤던 임종 직전의 중환자들이 생각나 지원했다. 16년간 서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했던 그는 지난해 울산의 한 호스피스병원으로 내려가 1년간 중환자들을 돌봤다. 그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필요하다는 모집 공고를 보자 자신의 경험이 떠올랐다고 했다. 정 씨는 “많은 시민과 의료진이 그동안 잘 버텨왔는데 어떻게든 지금의 확진자 수를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작은 힘이지만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가족들도 나를 응원했다”고 말했다.
김병근 박애병원장은 파견의사들의 지원을 두고 ‘성탄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김 원장은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만 의료진들의 지원 덕에 진짜 ‘성탄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의료진들과 함께 환자 진료에 소홀함에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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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