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처분 효력을 정지시킨)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무모한 징계 추진에 대한 사과라기보다는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권자로서 두 사람이 소송까지 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에 대한 제3자적 사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 징계 사유의 정당성에 매달리는 뒤끝을 보였다. 법원의 가처분은 받아들이겠지만 윤 총장 징계를 취소하지 않고 본안 소송까지 갈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그제 업무에 복귀했다. 법무부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아 직무 정지된 지 8일 만이다. 법원은 윤 총장 임기가 7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아 징계취소 소송의 1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 그래서 통상 가처분 신청에서 다투는 형식적 요건만 따지지 않고 본안 소송에서 다투는 징계 사유까지 따져본 뒤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가 징계 수위를 해직이나 파면에서 정직 2개월로 낮춰 법원의 가처분을 어렵게 만드는 꼼수를 부린 데 대해 철퇴를 가한 결정이었다.
추 장관은 올 1월 취임 이후 검찰총장과의 협의를 사실상 배제한 검찰인사를 단행해 법무부와 검찰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고 수사지휘권을 거리낌 없이 발동해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했다. 그래도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 수사가 멈추지 않자 납득하기 어려운 징계 사유를 들어 윤 총장을 몰아내려 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가 말로만이 아니라 법무부를 정상화하는 조치로 이어지는 사과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