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역사령탑, 비대면 몸소 실천 “내가 어떻게 파티 즐길수 있겠나” 아내가 가족 등 SNS 만남 선물 워싱턴 시장 “24일은 파우치의 날”
앤서니 파우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의 팔순 생일을 하루 앞둔 23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국립보건원에서 응급 의료요원들이 파우치 박사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이날 직원들은 거리 두기를 위해 플래카드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CNN 캡처
파우치 소장은 크리스마스이브와 겹치는 자신의 생일을 보통은 버지니아주에 있는 여동생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는 계획을 바꿔서 워싱턴에 있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머물기로 했다. 또 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세 딸 등 다른 가족들과는 화상으로 인사를 나눴다. 파우치 소장은 언론에 “내가 미국인들에게 여행을 제한해달라고 말하고 있는 와중에, 정작 나 자신은 밖에 나가 파티를 즐기는 공무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이 비록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하지는 못했지만 부인 크리스틴 그레이디는 그를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했다. 파우치 소장 몰래 가족과 친구 15명을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인 줌으로 초청해 최근 온라인 파티를 열어준 것. 23일에는 코로나19로 올 한 해 그와 함께 사투를 벌였던 응급 의료요원들이 파우치 소장을 즐겁게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 있는 국립보건원 앞에 모여 있다가 퇴근하는 파우치 소장에게 깜짝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지금까지 모두 6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감염병 관련 조언을 해온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잇단 소신 발언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감을 얻었다.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22일에는 직접 백신을 맞았다. 그의 공로와 전문성을 높이 산 바이든 당선인도 차기 행정부에서 파우치 소장에게 계속 코로나19 대응을 맡기기로 했다. 앞서 11일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은 파우치 소장과 전 세계 의료진을 ‘올해의 수호자(Guardians of the year)’로 선정한 바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