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514명 비상 12층 5개건물 층마다 하나로 연결 19일 8층에서만 115명 감염 다른 층 수감자 한곳에 모여 노역
25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의료 폐기물을 옮기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방역당국은 수감자 2412명을 거대한 아파트 형태의 실내공간에 수용하는 동부구치소의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가 집단 감염에 취약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 신규 수감자 선제검사 없어 무증상 감염자 놓쳤나
서울시는 “23일 동부구치소에서 진행한 2차 전수조사에서 수감자 및 직원 등 2437명 가운데 28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입 수감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음성이 확인되면 일반 혼거실로 이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 정원 초과에 공동 공간 많아 감염에 취약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외관상 5개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각 층이 하나로 연결된 통건물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각 건물의 한쪽 면이 기다랗게 복도식으로 연결된 ‘5지창’ 형태이기 때문이다.
19일 동부구치소에서 187명이 한꺼번에 확진됐을 때도 8층에서만 1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층 전체로 감염이 확산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용 정원보다 더 많은 수감자가 머무르는 과밀 상태였던 점도 방역엔 악영향을 끼쳤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동부구치소 정원은 2070명 정도인데 13일 기준 2412명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 “확진 터지자 뒤늦게 방역 마스크 지급”
동부구치소는 전국 구치소 가운데 좋은 시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운영한 동부구치소는 실내에 체육시설 등 다양한 부대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다른 구치소들은 보통 야외 대운동장 등에서 단체 활동을 하지만, 동부구치소는 모든 활동이 밀폐된 실내에서 이뤄져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가 수감자들에게 집단 감염 발생 전엔 방역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수용자 가족은 25일 “지난달까지는 영치금 350원을 내면 수감자가 마스크를 구매해서 썼다”며 “일부 수감자는 천 마스크를 쓰거나 한 마스크를 계속 사용했다”고 했다. 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도 “최근 방문했을 때 수감자가 천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수감자가 영치금으로 방역마스크를 개별 구매했으나 직원 확진이 확인된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모든 수감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해왔다”고 해명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소영·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