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 2차 심문기일을 연다. 2020.12.24 © News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의 모든 검사들의 반발을 부르면서까지 강행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추 장관은 사의 표명 후 그동안 의사 표명의 창구로 활용한 SNS 활동도 하지않고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법조계 안팎에서 징계 처분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추 장관에 대한 성토 목소리와 책임론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현 사태를 두고 사과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추 장관의 사의를 수용할 것이란 예상도 한편에서는 나온다. 궁지에 몰린 추 장관이 1월 말로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마지막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결정한 지난 16일 사의 표명을 한 뒤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별다른 입장 발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다음 날인 17일 하루 연가를 내긴 했으나, 18일 진행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공식 행보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소임을 다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후 불거진 서울동부구치소에서의 코로나19 대규모 집단 감염사태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인용 결정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침묵 중’이다. 그동안 즐겨했던 SNS 활동도 멈춘 상태다.
앞서 서울동부구치소의 1차 집단 감염이 발생한 후 20일 이용구 차관이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했을 때에도 추 장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추 장관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법원은 징계 절차에서의 하자를 지적한 데 이어 추 장관이 내세운 대부분의 징계사유에 대해 본안 소송에서 추가 심리해야하거나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도 법원 결정이 나온지 채 하루가 안 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사과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추 장관의 사의를 조만간 수용하는 것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 와중에 추 장관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비록 사퇴를 앞두고 있지만 임기 내내 윤 총장을 겨냥한 수사지휘권 및 감찰권 행사로 결국 징계처분이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 함께 윤 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지금 명확히 단죄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재판부 분석 문건’ 관련 대검 감찰부의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고검에 주목한다. 해당 사건엔 추 장관을 비롯해 현 상황을 초래한 검찰 관계자들이 대부분 연루돼있다.
무리한 수사지휘와 징계 청구, 감찰 과정에서 이뤄진 위법 논란은 조직 내부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도록 인사권을 행사해 수사팀을 해체하거나 수장을 좌천시키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검찰 내부에선 검사장 인사에서 그동안 추 장관과 대립각을 세운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대검 감찰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조상철 서울고검장, 월성 1호기‘ 원전 수사 중인 조두봉 대전지검장 등이 추 장관의 ’주요 타깃‘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국면에서 추 장관이 ’안전장치‘를 해놓지 않고 그냥 나가기엔 수사의 칼날이 들어올 수 있어 불안할 것”이라면서 남은 임기 동안 수사지휘권이나 인사권을 무리하게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