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일자로 소개 될 때 김영달 씨 모습. 그는 당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아 플랭크 운동법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DB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올해로 85세인 김영달 씨는 내년부터 약 30년 전 시도했다 남북분단 상황에 따라 성공하지 못한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종주에 나선다. 김 씨는 2019년 11월 2일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했던 인물이다. 마라톤광에서 플랭크(Plank) 운동 전도사가 된 그는 최근 앉았다 일어서기인 스쾃 운동과 팔 벌려 뛰기로 몸을 만들고 있다. 다시 달리기 위해서다.
“약 30년 전에 한라산을 오른 뒤 남도에서 임진각, 고성까지 종주를 4번 했습니다. 백두산까지 가려고 했는데 휴전선이 가로 막아 이루지 못했습니다. 플랭크 운동으로 다시 몸이 좋아지니 재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유럽 여행하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갔을 때 북한 대사관을 찾아 간 적이 있어요.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도전했던 사람이라고 하니 알고 있더라고요. 제 스토리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거든요. 뭐 이렇게 계속 도전하면 북한에서 길을 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11월 2일자로 소개 될 때 김영달 씨 모습. 그는 당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아 잘 잡혀진 근육을 보여줬다. 동아일보 DB
“열흘 전 쯤 제가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사가 약을 먹여야 한다고 했는데 제가 자연치유를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했죠. 그러니 허벅다리를 키우는 것이 당뇨병에 좋고, 스쾃이 허벅다리를 키우는데 좋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쾃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과거 가끔 스쾃을 20번 정도 해봤는데, 이번에 해 보니까 100번 정도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모두 플랭크 덕분입니다. 플랭크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로이 느꼈습니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은 “아마도 김 선생님이 당뇨 판정을 받는 것은 유전적인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유전적인 당뇨는 운동으로도 막지 못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스쾃으로 허벅다리 근육을 키우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다만 무릎 상태가 양호해야 하며 자세도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달 씨가 전남 순천 자택에서 스쾃을 하고 있다. 그는 당뇨를 극복하기 위해 허벅다리 근육을 키우는 스쾃을 시작했다. 김영달 씨 제공
김 씨는 69세까지 풀코스만 180회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였다. 어느 순간 그 정도면 됐다고 운동을 그만둔 것이 화근이 됐다. 75세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것이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여생을 즐기며 살자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76세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그게 플랭크였다.
김영달 씨가 2003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101회째를 완주할 때 모습. 동아일보DB
동네 뒷산은커녕 계단도 못 오를 정도였다. 김 씨는 다시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유튜브를 보고 좋다는 운동은 다 따라서 했다. 그런데 힘들어 제대로 따라서 하지 못했다. 근육을 키우는 게 좋다고 해서 보디빌딩하는 친구들을 따라하기도 했다. 일주일도 못했다. 그러다 한 젊은 친구가 “어르신 운동은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게 좋습니다. 플랭크 한번 해 보세요”라고 했다. 플랭크는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전신을 지탱하는 운동. 최근 코어로 불리는 몸통에 근육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바로 따라서 해봤다. 3개월만 해보자고 시작했다. 3개월 해보니 근육이 미세하게 생겼고 힘줄도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3년이 넘었다.
김 씨는 몸으로 다리 놓듯 엎드려 있는 플랭크를 ‘다리 놓기 운동’으로 부른다. 그는 ‘하면 된다 다리 놓기 운동’이라며 나이 지긋한 남녀분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10분만 투자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며 설득한다. 김 씨는 매일 아침 플랭크 운동을 10분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이런 상태에서 당뇨가 찾아와 스쾃 운동을 시작했고, 다시 달리기 위해 팔 벌려 뛰기 운동까지 추가해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일자로 소개 될 때 김영달 씨 모습. 그는 당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아 잘 만들어진 근육을 보여줬다. 동아일보 DB
김 씨는 한때 ‘마라톤 중독자’였다. 역사학 교환 교수로 1987년 미국 메인주 주립대학에 갔을 때 마라톤을 시작했다. 당시 1m65의 단신에 81kg까지 살이 쪄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숨이 차고, 늘 피곤에 시달렸다. ‘달리기 천국’ 미국에서 자연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1988년 마라톤 풀코스에 첫 도전했다. “마지막 5km를 거의 기다시피 해서 들어왔고 엄청 힘들었지만 해냈다는 자신감이 날 다시 마라톤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이후 세계 최고 대회인 보스턴 마라톤에만 2회 참가하는 등 풀코스만 125회 뛰었다. 국토 종단, 국토 횡단, 호남선, 경부선, 중앙선 등 기타 대회까지 하면 180회를 달렸다. 한창 때 풀코스 최고 기록이 3시간25분이었다.
“이젠 풀코스를 달리기는 힘듭니다. 천천히 걷는 듯 달리는 듯 하루 10~15km를 달리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언젠간 목적지까지 가지 않겠습니까?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북한에서 막는다면 다시 시도하면 됩니다. 그렇게 계속 도전해보겠습니다.”
나이를 잊은 그의 도전이 결국 100세를 사는 건강법이 아닐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