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심 저변에 흐르는 선거 이슈 [이종훈의 政說-11]
한 집은 문전성시(門前成市)인데, 옆집은 문전작라(門前雀羅)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출마자가 차고 넘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품귀현상마저 보인다. 이유는 하나, 당선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지난 총선 때부터 부산 민심이 민주당에 부정적으로 변한 터다. 국회의원 의석수가 6석에서 3석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2월 15~17일 조사한 12월 3주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국민의힘 31%에 뒤진 상태다(한국갤럽 자체 조사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응답률은 1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각 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4월 둘째 주 이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40%, 국민의힘 지지율은 25%였다. 당시 민주당이 15%p나 앞서 있었지만, 8월 첫째 주와 10월 넷째 주에 이어 또다시 국민의힘에 추월당한 것은 물론, 격차도 더 벌어진 상황이다. 지역 여론이 이처럼 나빠진 악조건 하에서는 민주당이 승리를 장담받기 어렵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오거돈 전 부산시장. [동아db]
부산 대통령 대망론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박형준 동아대 교수, 이언주 전 의원, 이진복, 유재중, 박민식 전 의원(왼쪽부터)
12월 14일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표한 ‘부산지역 실물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지역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7.2% 감소했다. 자동차가 33.9% 줄어든 것을 비롯해 기계장비가 15.6%, 1차 금속이 17.3% 감소하는 등 지역 내 주요 제조업 생산이 부진했던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부산지역의 각종 경제지표가 전국 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12월 17일 발표한 ‘3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더라도 7∼9월 전국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3.3%를 기록한 데 비해 부산은 -19.0%로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더욱이 이런 현상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오 전 시장이 당선한 후에도 지난 3년여 동안 변화가 없었다. 당연히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올해 4월 총선 직후 미래통합당 서병수 부산 선거대책위원장(현 국민의힘 의원)은 승리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패에 대해 우리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경제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부산지역에서는 제대로 설득이 됐다고 본다.” 부산 지역경제 상황을 보면 그 전략이 왜 주효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 점에서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핵심 이슈는 지역경제가 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최근 ‘가덕도 신공항’ 이슈를 던진 이유도 여기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1월 2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 유발 효과 88조942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37조2318억 원, 취업 유발 효과 53만6453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자리와 관광, 제조업 등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내 소비 활동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니 내년 재보선에서 민주당 출신을 부산시장으로 뽑아달라는 이야기다. 국민의힘이 당내 TK 지역 의원들의 반대에도 11월 24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민주당에 앞서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더 열심히 할 테니 밀어달라는 이야기다. 이낙연 대표가 인용한, 부산시가 추정한 만큼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하지만 공항 건설 공사만 10조 원 규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의 절반 규모다. 이것만으로도 지역경제 회생의 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가덕도 신공항’ 이슈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박형준 동아대 교수, 이언주 전 의원, 이진복, 유재중, 박민식 전 의원(왼쪽부터)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12월 6~7일 실시한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는 이렇다. 박형준 전 사무총장 18.6%, 이언주 전 의원 13.6%,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12.3%,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11.9%, 김해영 전 의원 5.5%(불출마 선언),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국민의힘 소속 이진복 전 의원 각각 4.4%, 박민식 전 의원 3.2% 순이다(부산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08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유선 30%, 무선 70%)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p). 아직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8월 10일 내놓은 ‘부산지역 경제의 취약요인 분석’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부산경제의 성장률 제고를 위해 IT(정보기술) 등 고성장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조정, 지역 내 생산물의 경쟁력 강화 및 산업 간 연계성 강화, 경남 및 울산과의 경제관계 강화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IT를 비롯한 고성장 산업의 저발전이 지역경제의 핵심 문제라면 참신한 해당 분야 전문가가 도전장을 내밀만도 한데, 아직은 아무도 없다. 여야 모두 이런 쪽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는 말조차 들리지 않는다. 선거 때면 으레 추진하는 ‘인재영입’ 말이다. 국민의힘은 이런 노력 없이도 승리를 장담하는 분위기이고,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이슈 하나면 충분히 대적할 만하다고 보는 듯하다. 연일 “차세대 지도자는 70년대생 경제전문가”라고 외치고 다니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부산시장으로 이런 인물을 구할 생각은 별반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피해는 결국 부산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최선을 찾으려는 각 당의 노력이 부재한 속에서 부산 시민이 차선의 대안으로 누구를 선택할지 자못 궁금하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71호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