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 정부를 겨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방문군사협정’(VFA)을 파기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필리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7일 말라카낭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책회의를 통해 “만약 그들(미국)이 최소 2000만회 접종분의 백신을 공급할 수 없다면 (필리핀에서) 나가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어 “VFA가 곧 종료된다”면서 “내가 이 협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군은 필리핀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미 제약사 화이자는 모든 사람을 위해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만 미 정부는 그 백신이 자국민에게만 쓰이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그동안 미 제약사 화이자 및 노바백스 측과 코로나19 백신 구매협상을 벌여왔으나 그 성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내년 5월부터 전 국민(약 1억900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정부는 최근 영국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각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영국발 항공편 운항금지 조치를 내년 1월 중순까지 2주 더 연장하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보고된 다른 나라로의 여행제한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햇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