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내년 7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물러날 생각이 없다.”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중단하라는 법원 결정 이후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같은 뜻을 주변에 여러 차례 내비쳤다고 한다. 윤 총장은 휴일인 25, 26일 오후 이틀 연속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 등 주요 수사를 직접 챙겼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검경 수사권 조정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보고 받았다.
● “자진사퇴 1% 가능성도 없다”…본안 준비
윤석열 검찰총장. 2020.12.1/뉴스1 © News1
지난해 7월 25일 2년 임기의 검찰총장직에 취임한 윤 총장은 내년 7월까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은 주변에 “이제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주도한 직무 배제와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 등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모두 이긴 만큼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여론에도 선을 그렀다. 윤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자진 사퇴는 1%의 가능성도 없다”고 전했다. 한 검찰 간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사퇴한다면 검찰 조직은 완전히 정권에 장악 된다”며 “윤 총장이 버틴다는 것, 그것 자체가 검찰 조직을 유지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이 연루된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직접 지휘했는데도 법원이 집행정치 사건에서 두 차례나 선입견없이 판단을 해준 것을 놓고 주변에 사법부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징계 처분 집행정지 사건 외에 본안 소송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윤 총장 측의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27일 서울행정법원이 집행 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판사 분석 문건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한 것과 관련해 “문건이 제3자에게 배포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성 경위 등을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에 불과해 향후 본안 소송 과정에서 충실히 해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집행정지 사건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본안 소송이 4개월 안에 끝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증인 신문은 1회의 기일로 모두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윤 총장, 원전 등 주요 수사 보고받아
25일에 이어 26일 오후 2시 30분경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근한 윤 총장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일선 검찰청에서 진행 중인 주요 사건의 수사 상황이 포함됐다.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원전 의혹,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사건, 서울남부지검의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이 보고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검은 23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을 지낸 문모 국장과 김모 전 원전산업정책과 서기관을 감사원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정모 전 원전산업정책과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윗선 수사가 진척이 없는 상황이어서 윤 총장의 업무복귀 이후 수사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윤 총장은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대비한 당부 사항도 일선 검찰청에 전달했다. 그는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차질 없이 구동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또 “검사뿐만 아니라 검사실과 사무국의 실무 담당자들에게 ‘특화된 업무 매뉴얼’을 신속히 제공해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주어지고 검사의 직접 수사권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부패범죄 등으로 제한된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