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변이 바이러스, 넌 누구냐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 백신 맞아도 될까?
COG-UK 제공
○‘변종’ 바이러스 등장?… ‘변이’ 일어난 것
영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건 이달 11일(현지 시간)이다. 영국 정부는 올해 4월부터 과학자들로 구성된 ‘COG-UK’ 컨소시엄을 꾸리고 영국의 코로나19 환자의 혈장에서 바이러스를 얻어 게놈(유전체)을 해독해 왔다. 이달 15일 기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은 총 12만6219개가 해독됐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앨런 맥널리 영국 버밍엄대 미생물유전체학 교수는 22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수집한 게놈의 유전자를 조사하던 중 25%에서 ‘S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확인해 11일 컨소시엄에 알렸다”고 밝혔다. 사흘 후인 14일 영국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공식 발표했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한 이후 평균 2주일에 한 개꼴로 변이를 일으켰다”며 “지금까지 게놈 분석 결과만 보면 이 바이러스는 ‘변종’이 아니라 게놈 일부에서 변이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수용체 결합 영역(RBD)’의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산(D)인 D614 바이러스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글라이신(G)으로 변이가 일어난 D614G 바이러스가 전파를 주도하고 있다. 안 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슈퍼 바이러스?… 전파 빠른 것만 확인
영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전파가 빠르다는 것이 전부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0일 “기존 전파 속도보다 최대 70% 빨라 감염재생산지수(R)를 1.1에서 1.5로 0.4 늘렸다”고 발표했다.
S 유전자에서 확인된 변이 중 과학자들은 ‘N501Y’ 변이에 주목하고 있다. N501Y는 RBD의 501번 아미노산인 아스파라긴(N)이 티로신(Y)으로 바뀌는 변이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백신 효능 떨어진다?… 다클론항체 형성
새로운 변이 등장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RNA(mRNA)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항체)을 만들 수 있는 유전물질인 RNA 조각을 리포솜과 같은 지질 막에 싸서 인체 세포에 주입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FDA가 승인한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를 공격해 여러 항체를 만들어내는 다클론항체 방식”이라며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에서 자연적으로 많은 변이가 일어나 축적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mRNA 백신과 같은 유전자 백신은 염기서열만 알면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변이가 나타난 부위의 염기서열만 바꾸면 되고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아 이번에 나타난 변이로 백신을 못 쓰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