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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보다 더 가파른 전셋값 상승… 젊은층 다시 “갭투자”

입력 | 2020-12-28 03:00:00

계약갱신권 행사 ‘전세 낀 매물’
바로 입주 가능한 매물보다 가격 싸
대출 자금 마련도 더 수월해 인기
전문가 “임대차법이 갭투자 불러”




7월 말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르며 매매 가격과 격차가 줄자, 시장에선 ‘갭투자’에 나서는 수요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전세 낀 매물’의 매매 가격이 일반 시세보다 조금 더 낮아 자금이 부족한 젊은층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전용 60m² 아파트를 7억4000만 원에 매입해 최근 5억 원에 전세를 줬다. 자기자본 2억4000만 원을 들여 아파트 투자를 한 셈이다. 매매 가격이 오르는 속도보다 전셋값이 오르는 속도가 커 갭투자가 가능했다. 해당 아파트는 올 초까지만 해도 전세와 매매 시세가 각각 3억5000만 원, 6억5000만 원 내외에 형성돼 있었다. 그는 “당장 거주할 아파트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청약 당첨은 요원하고 아파트값은 내년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미리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권을 행사해 시세 대비 낮은 가격의 전세가 끼어 있는 매물은 바로 입주가 가능한 매물보다 가격이 낮아 투자하기 용이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중구 약수하이츠아파트 전용 57m²의 경우 세입자와 전세 계약이 1년 반 이상 남아 있는 매물의 가격이 8억 원대에 형성돼 있는 반면, 입주가 가능한 매물은 이보다 1억 원가량 비싼 9억 원대에 나와 있다. 6월까지만 해도 3억∼4억 원대였던 전셋값이 현재 최고 6억 원까지 올라 있다.

직장인 B 씨(32)는 “같은 아파트인데 가격이 저렴하니 전세 낀 매물이 저평가된 것처럼 느껴져 해당 아파트를 매수할 생각”이라며 “1억 원이 더 비싼 매물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사는 것보다, 신용대출 등을 이용해 전세와의 갭을 메우는 것이 자금을 마련하기에도 더 수월해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9% 상승했다. 2012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였던 12월 둘째 주(0.29%)만큼 다시 올랐다. 1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5%로, 전주(0.04%)보다 상승 폭이 더욱 커졌다.

특히 올해 1∼7월까지 점차 하락해 오던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중위가격 기준)은 임대차2법이 시행된 8월(70.9%)부터 반등해 올해 11월(71.5%)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올해 10월 57.4%에서 11월 57.7%로 약 0.3%포인트가 상승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값을 기록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극심한 전세난으로 매매 시장보다 전세 시장의 가격 상승이 상대적으로 더 가팔랐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며 “임대차법이 갭투자라는 의도치 않은 효과로 돌아오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