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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앱 먹통[횡설수설/김영식]

입력 | 2020-12-28 03:00:00


국내 점유율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 서버가 성탄절 전야 주문량 폭주로 다운됐다. 24일 오후 6시 38분부터 11시까지 배민라이더스 서비스 및 생필품 배송 서비스 B마트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문자는 물론이고 성탄절 특수를 기대했던 식당, 배달기사까지 큰 낭패를 봤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3일 0시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행정명령이 발동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보니 ‘집콕’ 성탄절 만찬을 망친 이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배민 측은 즉각 고객과 소상공인에 대해 보상책을 내놓았다. 장애 발생 시간에 취소된 음식값을 모두 보상하고, 배달 기사들에게 6만 원을 지급하며, 25일의 주문 중개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앱이 마비된 4시간여 동안 주문을 받지 못해 성탄 대목을 날려버린 소상공인들의 매출 손실까지는 사려 깊게 챙기지 않아 논란만 더 키웠다. 배민은 올 5월에도 1시간여 접속장애가 발생했을 때 약관에 따른 광고비만 보상했다가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다.

▷한국의 음식배달 시장은 2016년 12조 원에서 지난해 20조 원으로 급팽창했다. 배달 앱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1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배민은 지난해 12월 배달 앱 점유율 2,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에 매각됐는데, 당시 기업 가치가 4조7500억 원으로 평가받은 데 대해 놀란 이들이 많았다. 여기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외식쿠폰 사업이 29일 재개되면 배달 앱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호황을 누리는 반면, 고객과 소상공인의 앱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경쟁자를 없애고 독점적 지위를 지키려고 신생 기업을 사들이는 걸 ‘킬러 인수’라고 한다. DH의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독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DH에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인수합병을 승인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냈던 것도 이런 킬러 인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다.

▷배달 앱 점유율 60%인 상황에서 벌어진 배민발 ‘성탄절 악몽’은 인수합병 이후엔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배민의 서버 다운은 성장에 따른 앱 서버 보완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떡볶이 마스터즈 대회’ 등 젊은층의 감성을 사로잡는 고객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었던 배민의 열정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지배력 확보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은 더 중요할 것 같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