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측은 즉각 고객과 소상공인에 대해 보상책을 내놓았다. 장애 발생 시간에 취소된 음식값을 모두 보상하고, 배달 기사들에게 6만 원을 지급하며, 25일의 주문 중개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앱이 마비된 4시간여 동안 주문을 받지 못해 성탄 대목을 날려버린 소상공인들의 매출 손실까지는 사려 깊게 챙기지 않아 논란만 더 키웠다. 배민은 올 5월에도 1시간여 접속장애가 발생했을 때 약관에 따른 광고비만 보상했다가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다.
▷한국의 음식배달 시장은 2016년 12조 원에서 지난해 20조 원으로 급팽창했다. 배달 앱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1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배민은 지난해 12월 배달 앱 점유율 2,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에 매각됐는데, 당시 기업 가치가 4조7500억 원으로 평가받은 데 대해 놀란 이들이 많았다. 여기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외식쿠폰 사업이 29일 재개되면 배달 앱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호황을 누리는 반면, 고객과 소상공인의 앱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달 앱 점유율 60%인 상황에서 벌어진 배민발 ‘성탄절 악몽’은 인수합병 이후엔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배민의 서버 다운은 성장에 따른 앱 서버 보완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떡볶이 마스터즈 대회’ 등 젊은층의 감성을 사로잡는 고객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었던 배민의 열정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지배력 확보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은 더 중요할 것 같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