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미국 의회가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문득 이 홍콩 청문회가 생각났다. 한국의 대북 인권정책이 청문회의 도마에 오르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했고 걱정도 됐다. 당시의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었다.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추진하고, 국무부 ‘종교의 자유 보고서’와 ‘인권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 재고를 요청하겠다고 공언한 바로 그 의원.
홍콩 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자청한 스미스 의원은 매서운 눈매로 “미국과 국제사회는 위협 앞에서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다”며 인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어로 “자유(加油·파이팅)!”라고 마무리하며 홍콩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을 발의했던 정치인이기도 하다.
스미스 의원이 내년 초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추진할 경우 이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의회 산하의 초당적 인권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그가 깃발을 들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가세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에는 국경이 없다”며 “전 세계를 이끌어온 미국은 특히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만큼은 특정 국가나 이해관계를 넘어서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내정 간섭’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없다는 말이다.
청문회가 열린다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북한 인권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서울과 워싱턴의 북한 인권 활동가들이 증인으로 나서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한 입법 과정의 문제점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주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설명에 나선다지만, 이미 명문화된 법 조항에 뒤늦게 이런저런 해석을 갖다 붙이는 수준으로 노회한 미국의 입법 전문가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곧 출범하게 될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과의 관계 회복을 공언해 왔다. 동맹의 근간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 또한 수차례 밝혀 왔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그 핵심 가치다. 불안하게 흔들려온 한미 동맹에서 이 공유 가치마저 훼손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