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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을 만든 겸손의 힘[현장에서/정윤철]

입력 | 2020-12-28 03:00:00


골을 넣은 뒤 ‘카메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손흥민. 그는 “지금 즐거운 순간을 기억에 남기고 싶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DB

정윤철 스포츠부 기자

‘슈퍼 소니’ 손흥민(28·토트넘)은 ‘월드클래스(World Class·세계적 선수)’인가.

최근 축구 종가 영국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을 둘러싼 논쟁이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세계 정상급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공동 2위(11골·27일 현재)인 그는 시즌 14골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10골)보다 많은 골을 터뜨리고 있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그가 월드클래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쏟아지는 칭찬에도 손흥민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경기장에서 더 많은 것을 이뤄내야 월드클래스 선수들과 비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낮춘다. 어느새 겸손이 트레이드마크가 됐기에 7일 아스널전(2-0·토트넘 승)에서 환상적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넣은 뒤 “오늘은 겸손할 수가 없겠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이색(?) 발언이 화제가 될 정도.

손흥민에게 겸손의 미덕을 가르친 사람은 그의 축구 스승인 아버지 손웅정 씨(54)다. 2년 전 손 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흥민이는 절대 월드클래스 아닙니다”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흥민이한테 강조하는 게 겸손이다. 젊은 시절 하늘이 주신 기적 같은 기회인 만큼 살얼음판 걷듯 집중해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영국 스카이스포츠 인터뷰에서도 손흥민은 동료부터 치켜세웠다. 이번 시즌 EPL 12골을 합작 중인 팀 동료 해리 케인과의 궁합에 대해 “케인이 잘해서 그렇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그와 함께 뛰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는 두 명이 하는 것이 아니다. 벤치에 있거나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들도 팀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좋은 결과를 얻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손흥민의 시장 가치와 손흥민으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 등을 포함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9885억 원으로 추산된다. ‘스포츠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손흥민이지만 스카이스포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사는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한국인으로서 EPL에서 뛰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나보다 방탄소년단(BTS)이 더 유명하다. 나도 그들의 팬이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겸손은 말로만 그치지 않기에 더욱 빛난다.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는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몸 관리를 하며,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개인 훈련을 반복한다. 이런 모습은 영국에서도 모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국 축구 매체 ‘풋볼365’의 평가다. “뛰어나고 겸손한 손흥민은 축구에만 전념해 축구 외적으로는 구설에 오르지 않는 선수다. 모두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다.”


정윤철 스포츠부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