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선수가 B 선수보다 공격 효율이 낮아 점수가 나지 않기 때문에 경기가 흥미진진해진다. 그래서 프로배구를 재미있게 본다는 사람들이 여자부 경기를 보는 거다. 왜 공격 효율이 더 높은 남자부 경기 대신 여자부 경기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겠나?’하고 말씀해 주신 분도 계셨고, 본인이 직접 ‘기대 득점 지수(점유 대비 공격 성공 / 점유 대비 공격 효율)’를 고안해 계산 결과를 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반응은 극과 극이었지만 보내주신 e메일 모두 감사히 잘 읽어 보았습니다. (c*o*n*y*k*2*8 님, 저희 아버지께 남겨주신 말씀, 본인도 꼭 똑같이 경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계신데 ‘이제 끝’이라고 외치는 것도 ‘논쟁을 시작한 사람의 도리’는 아닌 듯하여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답변을 드리려고 합니다.
● 도대체 처음에 이런 의문을 품은 이유가 뭔가?
“세터 A가 C 선수에게 B 선수보다 눈에 띄게 더 올려주는 수준도 아니고 ‘B 선수에게 더 올려줘도 된다’는 글을 쓰게 된 기자님이 의문이 어디서 나온 건지가 궁금합니다.”
처음 의문을 품게 만든 건 이 시뮬레이션 결과였습니다.
동전을 100번 던진다면 앞면은 몇 번이 나올까요? ‘50번’이라는 답을 제일 먼저 떠올리신 분이 많을 겁니다. 예, 실제로 수학 공식을 통해 계산해 보면 앞면이 50번 나올 확률이 약 8% 정도로 제일 높습니다. 그다음은 49번과 51번으로 각각 약 7.8%씩 나옵니다. 그다음은 48번과 52번이 각각 약 7.4%씩 나올 것이라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서 모두 더하면 앞면이 40~60번 사이로 나올 확률은 96.5%가 됩니다. 거꾸로 앞면이 0~39번 + 61~100번 나올 확률을 전부 합쳐도 3.5%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짐작하셨나요? B 선수와 C 선수 공격력이 실제로 똑같은데 현재처럼 공격 효율이 차이가 날 확률이 0.3% 그러니까 1000번 중에 3번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이 정도면 B 선수가 C 선수보다 ‘눈에 띄게’ 공격력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여기서 B 선수가 공격 시도가 적었기 때문에 특히 2단 공격 횟수가 적었기 때문에 공격 효율이 유독 높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지 아닌지 알아보는 방법은 공을 더 띄워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칼럼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세터 A가 C 선수에게 ‘추가로’ 띄웠던 공이 전부 B 선수에게 몫이었고, B 선수가 그 공을 때렸을 때 전부 상대 블로킹이나 범실로 끝났다고 해도 B 선수 공격 효율이 C 선수보다 높습니다.
요컨대 그저 공격 효율이 높고 낮은 것뿐 아니라 이 차이가 ‘극단적인지’ 아닌지도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왜 다른 팀은 공격 효율이 제일 높은 선수가 공격 점유율이 제일 높지 않은데 문제 삼지 않느냐’는 반론이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 선수에게 그만큼 공이 올라가면 그 정도 효율을 기록하지 못할 거라는 건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아시니까요. 그래서 선수 이름보다 숫자 자체가 중요했고 그래서 ‘일반론’이라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 경기를 보기는 하나? 기록만 보는 건 아닌가?
“기록이 아닌 그 동안 경기를 직접 보면서 기자님이 의문을 가진 건지 의문입니다.”
아, 그리고 두 선수가 전위에 있을 때 세터 A가 B, C에게 세팅한 횟수 역시 통계적으로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세터 A가 두 선수에게 똑같이 공을 띄우고 있는데 실제 결과가 나올 확률은 3.1% 정도입니다. ‘관행적으로’ 이 확률이 5% 미만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평가합니다.
물론 이런 기록을 찾아본 건 경기를 보던 중에 ‘왜지?’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25일 대전 경기 3세트 도중 나온 장면이 제가 처음 의문을 품게 만들었던 장면과 비슷합니다.
재생 속도를 25% 늘렸습니다. KBSN 중계화면 캡처.
그러는 사이 C 선수 기록지에는 공격 성공 없이 공격 시도만 세 차례가 남습니다. 반면 B 선수는 공격 시도 1, 공격 성공 1입니다. 이런 장면이 쌓이고 쌓여 C 선수는 B 선수보다 높은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는 A~C 선수 팀 공격 시도가 총 네 차례 있었으니까 B 선수 공격 점유율은 25%, C 선수는 75%입니다. 만약 두 번째 공격 시도를 B가 책임지고 끝냈다면 두 선수 공격 점유율은 각 50%, 세 번째 시도에 그랬다면 B 선수 33.3%, C 선수 66.6%입니다.
요컨대 두 선수 공격 효율 차이 때문에 공격 시도 횟수 차이도 벌어지는 겁니다. 참고로 B 선수 후위 공격 효율(0.368)이 C 선수 전위 공격 효율(0.290)보다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터 A가 C 선수보다 B 선수에게 공을 더 자주 띄우는 게 낫지 않을까?’하고 의문을 품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그리고 ‘저 사람은 경기를 보지 않고 기록만 본다’는 말씀은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숫자 쟁이’를 따라다니는 클리셰일 뿐입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데 야구 기록을 뜯어보고, 배구를 좋아하지 않는데 배구 기록을 뜯어볼 필요와 이유 같은 건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록은 ‘두 눈’을 보완하는 도구이지 ‘두 눈’을 대체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 선수 본인이 힘들다고 하지 않나?
“이 팀 P 감독은 최근 경기가 끝나고 31% 공격 점유율을 기록한 B 선수가 공을 너무 많이 때렸다고 우려했습니다. (C 선수는 44%). B 선수도 힘들다고 실토했습니다. 그런데 이날도 해설진들은 기자님과 마찬가지로 경기 중에 B 선수의 공격 성공률을 들먹이면서 세터 A가 B 선수에게 공을 더 많이 줘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왜 기자님이나 해설진들 말과 달리 감독과 선수 당사자는 다른 말을 할까요?”
앞서 ABC 칼럼을 세 차례 쓰면서 저는 ‘점유율’이라는 표현을 “공격 효율 0.358은 공격 점유율 15%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 가운데…‘로 시작하는 문장에 딱 한 번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격 시도 횟수를 따졌습니다.
맞습니다. 선수 개인 공격 시도 횟수를 팀 공격 시도 횟수로 나누면 공격 점유율이 됩니다. 그런데 비율 대신 누적 기록을 따진 건 선수를 지치게 하는 건 점유율이 아니라 공격 시도 횟수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팀 공격이 다해서 70번이었다면 그중 35번을 시도한 선수는 공격 점유율 50%이지만, 140번이라면 50번을 때려도 35.7%밖에 되지 않습니다. 점유율은 더 낮아도 35번보다 50번 쪽이 더 힘들지 않을까요?
18일 경기에서 B 선수 공격 점유율 33.3%를 기록했지만 공격 시도 횟수는 32번이 전부였고 이날은 공격 점유율은 31.7%로 일주일 전 경기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격 시도는 51번으로 1.6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공격 점유율로 피로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 팀 득점으로 끝나는 랠리가 많아지면 경기 길이가 짧아지고 그러면 공격 시도 자체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반면 점수를 어렵게 뽑으면 뽑을수록 계속 공격을 시도해야 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감독이나 선수가 ’너무 많이 때렸다‘고 우려하는 것과 ’그래도 그 선수에게 공을 더 띄워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득점과 어시스트는 ’총량‘만 중요한가?
”미국 대학배구에서는 통계 낼 때 set를 assist라고 부릅니다. 축구나 농구의 어시스트와 정확하게 같은 개념입니다. 이게 의미가 없다구요? 축구나 농구에서 어시스트 순위를 횟수로 매깁니까. 어시스트 성공률로 매깁니까?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축구나 농구에서 어시스트 성공률이란 개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득점과 어시스트는 모든 종목에서 총량 개념으로 순위를 매깁니다. 성공률이나 효율은 따지지 않습니다.“
예, 솔직히 축구에는 그런 기록이 있는지 과문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농구에는 △어시스트 대 턴오버 비율(Assist To Turnover Ratio) △공 소유(possessions)당 어시스트 비율(Assist Ratio) △공 터치당 어시스트 비율(Passes Per Touch) △포메로이 어시스트율’(Pomeroy Assist Rate) 등 어시스트 효율을 측정하는 기록이 차고 넘칩니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선수 평가 때 이런 기록을 활용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배구는 다르다고요? 아래 그림은 ‘미국배구코치협회’(AVCA·American Volleyball Coaches Association)에서 세터 세팅을 어떻게 기록하면 좋을지 정리한 자료에서 가져온 겁니다.
자료: 미국배구코치협회 홈페이지
그리고 아래 이미지는 2019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부 세터 기록 페이지 스크린샷입니다.
국제배구연맹(FIVB) 홈페이지 캡처
태국 세터 눗사라 똠깜(톰콤)이 세트당 평균 기록 6.68개로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태국은 총 50세트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리고 눗사라는 이 50세트에 모두 출전해 러닝 세트(running sets) 334개를 기록했기 때문에 세트당 평균 기록이 6.68개가 된 겁니다.
여기서 러닝 세트는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인 상태로 공을 세팅한 경우를 뜻하고 스틸 세트(still sets)는 2명 또는 3명인 상태로 공을 띄운 경우를 뜻합니다. FIVB에서도 성공률이나 효율을 따지는 겁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도 2016~2017 시즌부터 세팅 상황별 상대 블로커 숫자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시즌별 각 팀 주전 세터 러닝 세트 비율(러닝 세트 횟수 ÷ 전체 세트 횟수)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기록에 서브 리시브가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 ‘공격 성공률+’는 너무 비과학적이지 않은가?
”기자님이 접근한 ‘공격성공률+’는 팀에 세터를 제외한 선수들의 2단 연결이 좋거나 보조 세터의 기량이 좋으면 낮게 나올 테고, 세터 제외한 선수들의 2단 연결이 안 좋거나 보조 세터의 기량이 안 좋으면 높게 나오겠죠. 이걸로 어떻게 주전 세터의 가치를 평가합니까. 팀 자체 내 분석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팀 세터랑 비교하여 순위를 매기고, 역대 시즌의 세터와도 비교해 순위를 매기는 건 통제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잖아요. 팀마다 사정이 제각각일 텐데요.“
예,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주 정확한 방법은 아니다’고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기록은 써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상관계수’ 때문입니다. 상관계수는 두 변수 사이에 어느 정도나 관련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숫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키가 큰 사람이 몸무게도 많이 나갑니다. 단, 키는 큰데 비쩍 마른 사람고 있고, 키는 작아도 살집이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대와 인종에 따라 다르지만 키와 몸무게 사이 상관계수는 보통 0.7~0.8 정도로 나타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한국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를 갖춘 2015년 이후 2년 연속 2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기록을 가지고 어떤 해와 그 이듬해 경기당 홈런 기록 사이 상관 관계를 계산해 보면 0.765가 나옵니다. 득점권 타율은 0.200이 전부입니다.
‘공격 성공률+’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0.814가 나옵니다. 올해 홈런 비율이 높은 선수가 내년에도 홈런 비율이 높을 확률보다 이번 시즌 ‘공격 성공률+’가 높은 여자부 세터가 다음 시즌에도 이 기록이 높을 확률이 더 높은 겁니다. 프로배구 여자부는 세터가 팀을 바꾸는 일이 잦다면 잦은 리그인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방법이 정확하다’, ‘세터는 이런 방법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 방법이 아주 터무니없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 C 선수 체력 문제를 다루지 않은 건 이치에 맞지 않다?
”B 선수만 체력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C 선수도 체력 문제가 있습니다. C 선수도 공격 횟수가 줄어들면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이 높아지겠죠. C 선수는 전체 기록으로 따지고 B만 구간 분석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죠. 실제로 C 선수도 마지막 세트에서 몰방(沒放) 받을 때 공경 성공률과 공격 효율이 다 내려갑니다.“
앞선 칼럼에서 C 선수 구간별 기록을 따로 말씀드리지 않은 건 그게 C 선수에게 불리한 데이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B 선수와 마찬가지로 공격 시도 횟수를 10개 단위로 끊어서 그래프를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런데 B 선수는 C 선수보다 2단 공격을 64번(17.7%) 적게 시도했는데 득점으로 연결한 건 오히려 4번 더 많습니다. B 선수는 2단 공격 효율 상황에서 공격 효율 0.364를 기록한 반면 C 선수는 0.244에 그쳤으니까요. 그러면 그 ‘희생’을 계속 요구하는 게 맞을까요?
(아, 그리고 해당 팀 관계자로부터 이 시리즈에 대한 반응을 따로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더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나?
A, C 선수를 오래 지켜보진 팬이라면 두 선수 프로 입단 초창기에 팬 카페에서 ‘선수 카드’를 만들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이제 와 고백하자면 저도 그 카드 있는 남자입니다. 기자이기에 앞서 저 역시 두 선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본 배구 팬 한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 칼럼 시리즈를 쓰면서 ‘두 선수는 무오류 상태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에 답답했습니다. 꼭 못 할 때만 못 한다고 지적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요?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하는 게 ‘마녀사냥’인가요?
‘팀 흔들기용 기사 아니냐’고 말씀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그건 그저 기사 하나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해주신 겁니다. 프로 선수들이 기사 하나에 흔들릴 일도 없을 뿐더러 제가 어떤 팀을 흔들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리즈로 곳곳에 숨어 계시던 ‘배구 숫자 덕후’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 e메일을 항상 열려 있으니까 재미있는 기록을 발견하시거나 ‘이런 내용이 궁금한데 함께 기록을 뒤져보자’고 하시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셔요.
그럼 여러분 모두 나흘밖에 남지 않은 2020년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는 응원팀 통합 우승처럼 즐겁고 기쁘고 신나는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는 또 새로운 논쟁 거리를 들고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길고 긴 시리즈를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