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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아서…” 화마 속 개와 고양이 구한 노숙인 ‘뭉클’

입력 | 2020-12-28 16:56:00


동물 보호소 화재 현장에서 동물 10여 마리를 구조한 키스 워커. 보호소 페이스북(@W-Underdogs) 갈무리


미국의 한 노숙인이 불이 난 보호소에 뛰어들어 개와 고양이들을 구해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국 조지아주의 한 동물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보호소 부엌을 순식간에 집어삼킨 불길 속에서 동물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노숙인 키스 워커(53·남)가 나타났다. 워커는 보호소 측의 배려로 반려견 ‘브라보’를 밤마다 보호소에 맡겨왔다. 평소처럼 산책을 위해 브라보를 데리러 간 그는 보호소에서 치솟는 불길을 보자마자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이날 워커는 화염 속에서 개 6마리와 고양이 10마리의 목숨을 구했다.

동물 보호소 화재 현장. 보호소 페이스북(@W-Underdogs) 갈무리


그는 인터뷰에서 “정말 떨렸다. 연기가 자욱한 그곳에 들어가는 건 정말 무서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신이 동물들을 위해 나를 그곳에 둔 것 같다”며 안도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워커에게 동물, 특히 개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 13살부터 노숙을 시작한 그에게 반려견 브라보는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워커는 “브라보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라며 “(브라보가) 다른 동물들을 구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동물 보호소 설립자인 그레이시 햄린은 워커를 ‘수호천사’라고 칭했다. 그는 “소방관조차도 개와 고양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동물통제센터를 불러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워커는 달랐다. 그는 모두 안전해질 때까지 동물들을 (불길 속에서) 계속 꺼냈다”면서 워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보호소는 화재로 인해 건물이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았으나 동물들과 직원들이 거주할 만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주일 뒤 애틀랜타에 있는 새로운 시설로 이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