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백신 보관에서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냉동 보관돼야 하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접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내년 3분기에 화이자 백신 1000만 명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는 초저온 냉동고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정부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리히텐펠스시는 이날 “접종에 들어간 화이자 백신이 운송되던 중에 적정 온도를 벗어나 보관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 보건당국이 지역 내 접종을 앞두고 백신 운송상자를 확인했더니 내부 온도가 15도까지 올라가 있었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 냉동 보관이 유지되지 않으면 품질에 문제가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같은 문제를 확인한 라이텐펠스시 보건당국은 해당 백신의 접종을 미루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문제가 된 상자 1개에는 975회 접종분 백신이 들어있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독일의 아우스부르크와 딜링겐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올 연말까지 130만 명 접종을 목표로 하는 독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은 보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빠르고 많이’ 못지않게 안전한 접종이 중요해 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 방역당국은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의 도입에 대비해 내년 1분기 안에 냉동고 250여 대를 갖출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8일 “냉장 보관을 해도 되는 백신은 예방접종 경험이 있는 기존의 위탁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냉동 유통이 필요한 백신에 대해서는 초저온 냉동고가 배치된 별도의 접종센터를 지정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