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적용… 엔진룸 없어지고 내부공간 넓어져 현대 ‘아이오닉5’ 기아 ‘CV’ 출시, 쌍용차 준중형SUV ‘E100’ 선보여 벤츠 ‘EQS’ 등 수입차들도 공세 ‘미래차 주도권’ 치열한 마케팅 예고
내년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차세대 전기차를 잇따라 선보인다. 현대자동차가 상반기(1∼6월) 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5’(사진은 콘셉트카 ‘45’)를 출시하고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급 세단 ‘EQS’(사진은 콘셉트카) 판매에 나선다. 폭스바겐은 SUV ‘ID.4’를 늦어도 2022년 국내에 판매하고 테슬라는 SUV ‘모델Y’의 내년 중 출시를 예고했다(왼쪽부터). 동아일보DB
한 자동차 업체 임원이 2021년 자동차 시장을 전망하며 한 말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년간 연구한 결과가 집대성된 신형 전기차들이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내년이야말로 전기차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시험용 전기차 수준이 아닌, 업체마다 미래를 걸고 만든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시장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기업 간 전기차 기술과 품질 격차가 점점 벌어져 따라잡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준비한 무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전기차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내연기관 플랫폼에 배터리만 넣은 기존 전기차와 달리 말 그대로 전기차만을 위해 개발된 플랫폼이다.
가장 큰 특징은 엔진룸이 없어지고 차량 바닥이 평평해 내부 공간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만드는 데 그리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 시장 요구에 맞춰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전기차를 준비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 기능 등 각종 미래 자동차 기술을 넣기도 쉬워 소비자들이 자동차 기술 변화를 지금보다 훨씬 극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21년을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정했다. 첫 작품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를 내놓는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아이오닉5에 대해 “휑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간이 넓다. 차원이 다르다”고까지 말한다.
E-GMP는 한 번 충전하면 국내 기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18분 이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수년간의 연구로 내놓는 아이오닉5의 성공이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성공은 그룹의 미래차 성공 가늠자다”라고 말했다.
기아차도 E-GMP를 적용한 ‘CV’(프로젝트명)를 출시한다. 제네시스 브랜드로는 신형 전기차 ‘JW’(프로젝트명), G80의 파생형 전기차 등을 출시하면서 럭셔리 친환경차 이미지 구축에 나선다. 쌍용차는 첫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100’을 내년 상반기(1∼6월) 출시한다. 한국GM은 볼트 EV의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위한 마케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곳도 있다. 밀리면 끝난다는 각오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