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윈은 11월 초 중국 금융당국에 소환된 자리에서 “국가가 필요로 하면 앤트그룹이 보유한 어떠한 플랫폼도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앤트그룹의 자산 일부를 중국 공산당에 헌납하겠다는 ‘항복 선언’인 셈이다. 한 달 전인 10월만 해도 중국 최고위 금융당국자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금융당국은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주는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던 그다.
▷마윈이 최대주주인 앤트그룹은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금융 서비스 기업이다. 마윈의 발언 1주일 뒤인 지난달 5일 앤트그룹은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역대 최대인 34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하려다가 무산되는 사태를 겪었다. 마윈이 이런 사정을 감안해 유화책을 쓴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당국의 태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런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4개 감독기관은 26일 앤트그룹 경영진을 불러 면담을 진행하면서 “규정을 위반한 대출·보험 등 금융상품 판매 활동은 엄격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앤트그룹의 핵심적 수익 창출원인 소액 대출과 각종 투자상품 판매를 제한하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여 년간 기적 같은 경제 부흥을 일으켰다. 민진국퇴(民進國退)라고 할 만큼 도전적이고 발 빠른 민영기업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윈은 바로 그 성장 신화의 상징이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28년이면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소가 1년 전 예상했던 시점보다 5년이나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는 것과는 반대로 중국이 규모에 걸맞은 성숙한 경제체제를 갖추는 시기는 오히려 늦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마윈 사태’가 보여준다.
안영배 논설위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