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결집한들 文정치적 외로움 못 벗어나
쇄신 인사로 세상 보는 눈과 귀부터 열어야

이승헌 부국장
친문들의 이런 심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5일 페이스북에서 총체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 다시 아픈 후회가 남지 않도록….”
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대통령이 외로운 건 좋지 않다. 우리를 위해서 그렇다. 주요 정책 결정과 정치적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창조적 휴식을 위한 자발적 고독과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결과로서의 외로움은 전혀 다르다. 문제는 어떻게 대통령을 외롭지 않게 하느냐에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윤 총장에게 잇따라 원투 펀치를 맞은 상황에서 친문이라는 정치적 팬덤의 품이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잠시일 뿐,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는 감각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열성 팬들의 함성에 싸여 있던 아이돌 가수가 팬덤이 사라지고 화려한 조명이 꺼지면 더 지독한 외로움에 빠진다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진정으로 대통령이 외로워지는 게 두렵다면 끼리끼리 말고 오히려 밖으로 눈과 귀를 열도록 해야 한다. 지금 국내외 주요 이슈에 대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 종종 인지부조화에 가까운 현실 인식을 드러낼 때가 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1000명이 뉴노멀이 됐는데도 K방역을 외치는 건 거친 현실을 피해 자신만의 세계에 외롭게 똬리를 트려는 것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글로벌 이슈를 친문들과 여권 내부 논리에 따라 남북 간 문제로만 인식하려다 국제적으로 외톨이가 되어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자주 해외 순방을 나갔다면 지금 국제사회에서 간단치 않은 고립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됐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여권에서 일고 있는 인적 쇄신론은 문 대통령에게 임기 말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세상을 접하는 눈과 귀다. 이들이 제대로 해야 세상에 대처할 수 있다. 임기 초도 아닌 만큼 무슨 진정한 변화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사도 바라지 않는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인사나 대통령 심기만 잘 맞출 핵심 측근 말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 한두 명만이라도 새로 들이면 달라질 수 있다. 외로운 친문의 갈라파고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