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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이스 공포’ 영천서 16중 추돌…화물차 넘어지며 ‘쾅 쾅’

입력 | 2020-12-29 03:00:00

비 내린뒤 기온 떨어져 도로 결빙
맞은편 차로서도 4대 추돌사고
보성선 화물차 미끄러져 1명 사망




경북 영천시 녹전동 녹전교 위 양방향 도로에서 블랙아이스에 의한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해 차량들이 멈춰 있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내린 비의 영향으로 영하의 기온에 도로 표면이 얼어붙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영천시 국도에 있는 양방향 다리 위에서 ‘블랙아이스(black ice·도로 위 살얼음)’에 미끄러진 화물차 등 차량 20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남 보성군에서는 새벽에 일터로 가던 부자(父子)가 탄 화물차가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지는 사고로 아버지가 숨졌다.

경북 영천경찰서에 따르면 28일 오전 6시 53분경 영천시 녹전동 28번 국도 녹전교 포항방향 도로에서 차량 16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앞서가던 4.5t 화물차가 도로 위 노면이 얼어서 생긴 블랙아이스로 인해 가장 먼저 미끄러져 전복됐다.

뒤따라오던 스타렉스 차량이 멈춰서 화물차와의 추돌은 피했지만 갑작스러운 제동으로 인해 뒤에서 오던 차들과 4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상황을 알게 된 차량 1대가 또다시 급제동을 하면서 11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결국 16중 추돌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2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비슷한 시각, 맞은편인 대구 방향 차로에서도 차량 4대가 미끄러져 잇따라 추돌하면서 4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녹전교 위 도로변 양방향 차로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해 차량 20대가 잇따라 충돌하거나 전복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녹전교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은 아니다. 다만 이날 새벽 사고 현장 주변에 비가 조금 내린 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추워지자 도로 표면이 코팅하듯 얼어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녹전교는 지면과 떨어져 있는 교각 위라서 지면보다 도로 온도가 낮아 블랙아이스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사고 당시 안개가 심하게 껴 시야확보까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군에서는 새벽에 일터로 가던 부자가 탄 1t 화물차가 노면이 결빙된 도로에서 미끄러져 아버지가 숨지고 아들은 중태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28일 오전 4시 40분경 보성군 득량면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박모 씨(32)가 몰던 1t 화물차가 도로 반대편에 설치된 이정표 쇠기둥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박 씨가 중상을 입었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박 씨의 아버지(62)는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른쪽으로 굽은 커브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며 “도로 노면은 전날 내린 비로 모두 살얼음이 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박 씨가 제한속도가 시속 60km인 도로에서 빠르게 이동하던 중 살얼음이 낀 구간에서 차량이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이 반대편 차선으로 10여 m 미끄러진 뒤 이정표 쇠기둥을 들이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충돌 충격으로 차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 모두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자는 사고 당일 새벽 바다에서 조개 종묘 채취 작업 등을 위해 일터로 향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교통사고의 평균 치사율은 1.42% 수준이었지만, 노면에 결빙이 생겼거나 서리가 앉았을 때 발생한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5.02%였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블랙아이스는 ‘침묵의 암살자’라고도 불린다.

영천=명민준 mmj86@donga.com / 보성=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