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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 집단감염 끝나지 않았다…“1000명 넘을수도”

입력 | 2020-12-29 14:08:00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를 태운 버스가 28일 오후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로 향하고 있다. 보호복을 착용한 운전자의 모습이 차창 너머로 보인다. 법무부와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 확진자 가운데 500여 명의 경증환자를 경북북부 제2교도소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0.12.28/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온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잠복기를 감안하면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마저 나온다.

3밀(밀접, 밀폐, 밀집) 공간이란 구치소 특성에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할 때 추가 확진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를 꼽았다. 뒤늦은 전수조사, 마스크 미지급 등의 방역실패가 구치소 내 확진자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인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직접 사과하며 방역실패를 인정했다.

29일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전파 확률이 높은 구치소의 ‘환경’과 미숙한 초동대응 등 정부의 방역실패를 대규모 확진자 발생 원인으로 꼽았다.

구치소는 바이러스 전파가 쉬운 ‘3밀’(밀접, 밀집, 밀폐) 공간으로 꼽힌다. 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생활하고, 환기조차 쉽지 않은 구조다.

실제 동부구치소는 12층짜리 아파트형 건물 5동으로 구성돼 있다. 한 층에는 재소자들이 모인 방들이 복도식 아파트처럼 차례대로 실내에 있다. 한 방에서 많은 7명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 면회 등을 이유로 단체 이동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적인 구조에 사람 간 반복적인 접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다면 연쇄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구조의 아파트, 오피스텔의 경우 한 건물에 있더라도 오랜 시간 접촉할 일이 없지만 구치소에서는 재소자와 교도관이 강제로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다. 이 과정에서 감염이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구치소는 밀집도가 높은 공간으로 바이러스 전파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며 “해외에서도 구치소와 같은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밀폐돼 있으면서 밀접한 접촉이 장기간 일어날 수 있는 공간에 환자가 유입된다면 확진자는 급격하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같이 위험한 환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전수조사가 늦어지는 등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로 감염이 어디까지 확산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부구치소 내 첫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가족으로부터 감염된 직원 1명이다.

이후 당국은 전수조사 대신 첫 확진자의 접촉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는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주가량 지난 12월18일에서 시행됐다. 3주란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대거 전파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은미 교수는 “11월에도, 12월 초에도 전수조사를 하지 않다가 12월 중순에서야 실시했다”며 “최대한 빨리 확진자를 발견해 격리하는 게 중요한데 초동대응이 실패해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초동대응이 늦었다”며 “3밀 환경에서 ‘배양’된 바이러스의 n차 감염이 벌어졌다”고 꺼집었다.

구치소에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은 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기본적인 방역조차 이행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구치소에는 KF마스크가 아닌 덴탈 마스크가 지급됐다.

전문가들은 최대 2주인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많게는 1000명이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전했다. 잠복기를 통해 감염이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해서다. 29일 기준 동부구치소 직원 425명과 수용자 2419명 등 총 2844명 가운데 30%가 넘는 74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잠복기에서 음성 판정이 나온 1차 접촉자를 통한 감염이 어디까지 확산됐는지 알 수 없다. 최원석 교수는 “음성 환자들도 따로 격리하지 않고 모아놨다면 발병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전파가 계속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대규모 확진을 계기로 구치소와 같은 대규모 생활시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천은미 교수는 “무증상 지역감염자가 다수 발견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생활시설에 새롭게 입소하는 경우 반드시 PCR검사를 실시하고, 격리해제 기간을 가진 후 해제 전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빠른 확진자 발견이 대규모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